[탐방-원주 세인교회] “간식 들고 힘내 공부하렴”

입력 2011-08-05 18:00


“공부에 집중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얼마나 배가 고픈지 몰라요. 하지만 목요일만 되면 나를 비롯한 친구들이 그렇게 행복해할 수 없어요.”

원주 치악고등학교 3학년 신하나(18)양의 말이다. 이 학교 학생들에게 목요일이 행복한 이유는 세인교회가 나눠주는 간식 때문이다. 세인교회 교인들은 매주 목요일 아침이면 치악고 정문에서 학생들에게 김밥, 샌드위치 등을 나눠준다. 교인들은 하루 전날이나 그날 새벽에 모여 수백명 분의 간식을 준비한다. 밤늦게 혹은 이른 새벽, 무려 200여명의 교인들이 이 일에 참여한다. 메뉴도 매주 바뀐다. 주먹밥을 줄 때도 있고, 겨울엔 어묵탕도 직접 끓여준다. 정성과 손맛이 담긴데다 식욕 왕성한 학생들이기에 배식은 1시간도 채 안 돼 끝난다.

세인교회가 치악고 학생들에게 아침 간식을 제공하기 시작한 건 2008년부터다. 2005년 어느 날, 세인교회 옆엔 치악고가 들어섰다. 지역 일대가 개발되면서 신생 고등학교가 설립된 것이다. 황규엽 목사는 이 학교를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으로 다가온 이웃’으로 여겼다. 그 이웃을 위해 뭐든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전도가 아니라도 좋았다. 학생들에게 사랑과 꿈을 주고 싶었다.

2007년부터 장학금 지급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해 가을 대대적인 바자회도 열었다. 1000만원을 채우기 위해 모자라는 돈은 교회 헌금으로 충당했다.

황 목사는 “‘학교나 교사가 할 수 없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학생들이 학업에 치여 아침까지 굶는 모습을 보며 구상하게 된 것”이라며 “학생들은 우리의 미래인데 그들을 뒷바라지한다는 심정으로 섬기고 있다”고 밝혔다.

신생 고등학교인 치악고에 관심을 갖고 돕는 곳이 많지 않다. 교회로서는 세인교회가 유일하다. 치악고 오영세 교장은 “조그만 고등학교에 관심을 갖고 도와줘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원주=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