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로 워싱턴 DC 변호사 합격한 주광일씨 “이 나이에도 도전하는 것 보여주고 싶어”
입력 2011-08-04 21:33
“이 나이에도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이 나이에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이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주광일 전 국민고충처리위원장(현 국민권익위원장·장관급)은 이달 말이면 꼭 68세가 된다. 그런 그가 미국 워싱턴DC 변호사 시험에 당당히 합격, 8일 워싱턴DC 항소법원에서 변호사 선서를 한다. 주 전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당시 서울고검장을 마지막으로 검찰에서 물러난 뒤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세종대 석좌교수다.
워싱턴DC 변호사 시험은 미국 내 다른 주의 시험보다 까다롭다고 소문나 있다. 그래서 합격률도 낮다. 이번 시험의 합격률은 48%였다. 합격자 중 최고령인 그는 1965년 사법시험 5회 합격 때에는 만 22세로 최연소였다.
3일 기자와 만난 주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 시험 준비가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학 시절 사시 공부할 때에는 먹고, 자고, 잠시 쉬는 시간 빼놓고 17시간쯤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며 “이번에 해보니 하루 4∼5시간 이상 집중해 공부하는 게 체력적으로 불가능하더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러면서 “요즘에는 불혹(40세)을 넘으면 대체로 새로운 시도를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내 나이에도 뭔가 도전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주경야독하는 분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2006년 환갑을 넘은 나이에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하는 등 공부를 멈추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경희대, 한림국제대학원과 사이버 대학인 MD 커크 로스쿨에서 법학을 가르쳤다. 영어 강의도 포함돼 있다. 검사 재직 시 영어 실력이 뛰어나 1978년 박동선 사건 때 미국 검찰 조사팀이 한국 검찰청을 방문해 박씨를 조사했을 때 통역을 맡았다.
10·26사태 때에는 바로 다음날 보안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신을 직접 검시하는 등 검사로서 유일하게 수사에 참여했었다. 검사 시절, 후배들은 그에게 ‘주독(朱毒)’이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원칙과 소신으로 현실이나 연줄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 전 위원장은 검찰 재직 시 부인에게 가끔 이런 말을 했다. “검찰총장을 딱 1년만 하고 싶다. 그러면 폭탄주를 없애고, 공부하는 검사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워싱턴=글·사진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