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한 돈, 직원이 20일가량 방치… 외환은행 ‘소도 웃을’ 황당 실수
입력 2011-08-05 08:46
외환은행이 직원 실수로 회사가 거래처에 보내기 위해 입금한 돈을 20일간이나 처리하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는 “요새 은행에서 보기 힘든 황당한 사고”라고 말했다.
K사는 지난달 13일 용역업체 4곳에 파견한 직원들의 임금 지급 명목으로 보낼 2400만원을 외환은행 모 지점에 입금했다. 그런데 K사 관계자는 20일이 지난 2일 용역업체 1곳으로부터 “받아야 할 1900만원이 아직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 직원은 “도대체 무슨 소리냐”고 반문한 뒤 거래 은행을 찾아갔다.
은행에서는 K사 직원의 확인 요청이 있은 뒤에야 2400만원 전액이 송금되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결국 2일 오후에야 이체됐다. 은행 측은 “전산 시스템의 오류로 송금 처리가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K사는 전했다.
K사 관계자는 “지금이 1970∼80년대도 아니고 어떻게 입금한 돈이 20일가량이나 처리가 누락될 수 있느냐”며 “이 사실을 거래처에서 알려줄 때까지 은행이 까맣게 몰랐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도 납득이 안 간다는 반응이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2000만원이 넘는 돈이 지점에 있는 상황인데 이체되지 않은 것을 모르고 넘어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당 은행 지점장은 4일 “대량 거래를 하는 고객 돈의 경우 은행 내 계정에 넣어 놓은 뒤 책임자 결제 하에 계좌에서 빠져나가곤 하는데 책임자가 승인을 누락해 송금이 되지 않았다”며 “직원의 실수일 뿐 전산 사고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결제가 안 되면 전산 시스템을 통해 파악될 수 있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는 점 때문에 직원 실수라는 외환은행 설명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