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 삭감 못참아”… 신입행원 줄잇는 엑소더스
입력 2011-08-04 21:42
“은행과 카드사에 동시에 붙으면 카드사로 갑니다. 은행 차원에서는 우수 인력이 자꾸 빠져나가서 머리가 아파요.”
금융지주사의 한 임원은 4일 신입행원 초임 20% 삭감으로 인한 채용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일단 카드사는 임금 삭감 대상이 아니다. 지난해 잠깐 임금의 80%를 지급하는 수습기간을 늘리는 카드사들이 있기는 했지만 올해는 대부분 원상복귀 됐다. 또 임금 삭감에 따른 삭막한 분위기도 없으며 영업점에서 펀드, 방카슈랑스 등의 막대한 영업 부담을 덜 수도 있다. 그는 “비슷한 연봉이면 은행을 기피하는 풍조가 조성됐다”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당장 신입행원 초임을 원상회복하고 싶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은행들이 신입행원 초임 삭감이 지속된 데 따른 인력의 엑소더스 행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은행에서는 2009년 이후 신입행원의 퇴직 비율이 최대 2배 가까이 되기도 한다. 그대로 놔두자니 우수 인력의 유출이 이어지고 원상회복하자니 청년실업 문제가 여전해 정부와 여론의 눈치가 따갑다.
2007년 460명(경력 포함)을 채용한 A은행의 경우 이 중 53명(11.5%)이 현재 회사를 그만뒀다. 그러나 신입행원 20% 삭감 조치가 시작된 2009년과 지난해에는 각 307명과 224명을 채용해 각각 59명(19.2%)과 28명(10.3%)이 은행을 그만뒀다. 2007년 입행자의 4년간 퇴사율보다 2009년 입행자의 퇴사율이 8% 포인트 이상 높다. 지난해 입행자의 경우 불과 1년도 안 돼 2007년 입행자에 육박하는 퇴사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입사자 1483명 가운데 퇴사자는 192명으로 벌써 전체의 13.0%가 입사 1년 내에 은행을 떠났다. 선망의 대상이었던 은행 직원의 조기 이탈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엑소더스는 줄어든 임금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삭막한 분위기에도 기인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사적인 모임에서 참가비를 면제해 주거나 일부 업무를 도와주는 등 선배들이 많이 신경을 썼다”면서 “그런데 오히려 그런 행동이 더 차별하는 것 같아 곧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원상회복이 되더라도 문제는 남아 있다. 그동안의 삭감분을 보전해 주지 않을 경우 삭감 없이 입행하는 후배들이 연봉 20% 삭감 세대 행원들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될 수 있다. 결국 삭감 세대만 자칫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이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서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역시 이들의 임금 원상회복을 올해 임금협상의 주요 이슈로 다루고 있다. 금융노조는 6일 금융권 신입직원 5000여명을 모아 합동 결의대회를 열 방침이다. 금융노조는 신입행원 임금의 원상회복 문제가 해결될 경우 노사 교섭이 급진전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측은 “신입행원 초임 문제는 올해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강준구 전웅빈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