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탱크 동원 시위 유혈진압… 하마 점령
입력 2011-08-04 18:44
3일(현지시간)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첫 재판에 세계의 이목이 쏠린 사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군대는 탱크를 동원해 반정부 시위 중심도시인 하마를 점령했다. 하마에서만 지난 나흘 동안 100여명이 숨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시리아 정부의 강경진압과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의장성명(presidential statement)을 채택했다.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첫 공식 조치다.
◇조준 사격으로 9세 소녀도 숨져=적어도 3대의 시리아군 탱크가 하마의 중심부 아시 광장에 진을 치고 있으며, 도시에는 전기·수도·전화·인터넷이 모두 끊겼다고 AP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인권운동가 오마르 하마위는 “우리는 탱크 포격, 기관총 사격, 저격수의 조준 사격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인권감시단의 라미 압둘 라흐만은 “100여대의 탱크와 군대가 하마 중심지로 이동 중이며 200여대의 탱크는 데이르 에조르 동부 지역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정부의 강경진압으로부터 목숨을 건지기 위해 하마를 탈출하려는 주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나 보안군의 포격과 사격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시리아인권감시단은 “예배를 마치고 시위에 나선 시민 중 3명이 저격수의 조준 사격으로 숨졌으며, 그중에는 9세 소녀도 있다”고 AFP통신에 전했다.
◇유엔, 시리아 규탄 의장성명 채택=유엔 안보리는 이날 의장성명에서 “악화되는 시리아 상황에 심각한 우려와 수많은 시리아 국민의 죽음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 “광범위한 인권침해와 민간인에 대한 시리아 당국의 무력 사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명에는 시리아에 대한 제재나 알아사드 대통령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요구하는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의장성명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결의안은 아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사전 문안협의를 거쳐 합의한 문건이다. 국제사회의 단합된 메시지를 보여준다는 효과가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