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K스트리트’ 로비 전쟁 불붙나… 부채한도 상향으로 최대 2조4000억 달러 예산삭감 위기

입력 2011-08-04 22:08


미국 로비회사들이 몰려 있는 워싱턴 정가의 ‘K스트리트’에 비상이 걸렸다.

디폴트(채무 불이행)를 간신히 넘긴 채무한도 상향 합의안이 최근 미국 상·하원을 통과하면서 최대 2조4000억 달러의 예산이 삭감되기 때문이다. 로비회사들의 최대 고객인 의료와 군수부문이 정부 지출 삭감의 주 타깃이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K스트리트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치열한 로비전쟁 예고=채무한도 상향 합의안 통과로 워싱턴 정가에 치열한 ‘로비전쟁’이 예상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4일 보도했다. 의료업계와 군수업계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입법 과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미 최대 로비력을 자랑하는 의료업계는 의료보험 개혁이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올 상반기에 약 3억 달러의 로비자금을 워싱턴 정가에 뿌렸다. 이중 병원업계는 2008년 대선 및 중간선거 이후 각각 5000만 달러의 로비자금을 썼다. 군수업계도 마찬가지다. 록히드마틴과 보잉 등 굴지의 군수업체들은 올해 7000만 달러를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

리처드 폴락 미국병원협회 부회장은 “우리 생각을 알리기 위해 민주·공화 양당 의원 6명씩 참여하는 12명의 특별위원회 위원들과 전방위적으로 접촉할 것”이라면서 “지출 삭감안의 논의 방향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군수업체와 의료업체를 고객으로 둔 로비회사 포데스타 그룹의 토니 포데스타 대표는 “특별위원회 위원들과 행정부를 최우선으로 공략할 것”이라면서 “예산 삭감은 고통 대 고통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지출 논의 진척될까=당장 예산 삭감 논의가 진척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인터넷 매체 허핑턴포스트는 “특별위원회는 2012년 말까지 다른 복지예산 삭감이나 세금 개혁을 집중 논의할 수 있다”면서 “군수업계와 의료업계는 로비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별위원회가 업계의 눈치를 보며 첨예한 쟁점은 뒤로 미룰 수 있다는 뜻이다. 엘렌 밀러 선라이트 재단 사무총장은 “기득권을 가진 기업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의 이익을 보호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초 메디케어(노년층 및 장애인 의료지원)를 비롯한 저소득층 지원예산 삭감에 반대한 민주당 진보성향 의원들과 국방예산 삭감에 반대한 공화당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진다면 논의가 공전될 가능성도 크다.

미 의회는 우선 향후 10년간 약 9170억 달러의 정부 지출을 삭감하고 12명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추가로 1조5000억 달러를 줄일 예정이다. 이럴 경우 국방비에서 최대 6000억 달러, 메디케어 지원비에서 연간 500억 달러씩 10년간 총 5000억 달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