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스카이방송, 북한 마약 밀매실태 보도 “北 정부관리에게서 헤로인 샀다”

입력 2011-08-04 19:31

북한 정부 관리들이 불법 마약 거래에 관여하고 있다는 새 증거가 나왔다고 영국 스카이방송이 4일 보도했다.

스카이방송 취재팀은 북한에서 마약을 빼내 중국에서 팔고 있다는 북한 남성으로부터 “정부 관리에게서 헤로인을 샀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헤로인을 판 정부 관리를 ‘친한 동무(close comrade)’로 불렀다고 한다. 북한 정부가 마약 거래에 개입해온 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지만 중국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마약이 북한 관리에게서 나왔다는 증언은 처음이다.

스카이방송이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에 따르면 40대로 보이는 이 남성은 마약 구매자로 위장한 취재팀에게 은박지에 싸온 헤로인 세 봉지를 꺼내 보여줬다. 비닐로 된 봉지는 명함만한 크기다. 그는 헤로인이 ‘순수한’ 북한산이며 2주일 안에 1㎏을 더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본인이 북한에서 왔음을 증명하기 위해 북한주민증을 호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줬다. ()

이 남성은 군인들에게 뇌물을 주고 북·중 국경을 넘나든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우리말로 “내가 물 건너오지요. 변방 부대에다 400∼500원(한국 돈 3100∼4100원)씩 주고 며칠에 한번씩 왔다갔다하지요”라고 했다.

스카이방송 취재팀은 중국 북부 도시 한 번화가에서 이 남성을 만나 차 뒷자리에 태운 뒤 한적한 주택가로 이동해 ‘거래’로 위장한 취재를 시도했다. 취재팀 여기자가 뒷자리에서 남성과 대화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지만 남성은 자신이 촬영되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신분 노출을 의식해서인지 검정 모자와 색안경을 착용했다. 취재팀이 남성에게 헤로인을 구매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