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사이버조직, 국내 해킹 첫 확인… 해커 30여명이 중국서 게임아이템 수집 프로그램 제작·유포

입력 2011-08-04 22:06

북한 컴퓨터 전문가들이 남한 범죄조직의 지시를 받고 국내 온라인 게임 프로그램을 해킹해 외화벌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이 양성한 ‘사이버 전사’가 국내 해킹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돼 사이버 테러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일 북한 해커를 고용해 ‘리니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온라인게임 서버를 해킹해 빼낸 정보를 바탕으로 ‘오토프로그램’을 제작·배포한 혐의(영업비밀 보호법 위반)로 정모(43)씨와 조선족 이모(40)씨 등 5명을 구속하고 정모(37)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강모(36)씨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김모(38)씨 등 2명을 수배했다. 오토프로그램은 사람을 대신해 게임을 하면서 캐릭터의 레벨이나 능력을 높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정씨 등은 2009년 6월부터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과 랴오닝(遼寧)성 등지에 작업장을 차려 놓고 북한 컴퓨터 전문가 30여명을 불러들여 국내 온라인게임 서버를 해킹, 게임 아이템을 자동으로 수집하는 불법 프로그램을 제작한 혐의다. 경찰은 이들이 게임 아이템을 중개 사이트에서 팔아 64억여원을 번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이 국가정보원과 공조해 수사한 결과 북한 컴퓨터 전문가는 무역업체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와 내각 직속 산하기업 ‘조선콤퓨터쎈터(KCC)’에서 파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 등은 정상적인 협력 사업을 가장해 초청의향서를 북한에 보냈고, 중국 주재 북한 영사관의 최종 확인을 받아 해커를 영입했다. 북한 해커들은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대학 등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최고 전문가였다.

북한 해커들은 숙소와 생활비를 지원받아 5개월 안팎 중국에 머무르면서 게임 별로 팀을 꾸려 작업했다. 이들은 오토프로그램 사용료의 55%를 로열티 형식으로 받았다. 많을 때는 한 팀이 한 달에 1억8000만원을 벌었고, 매달 1인당 500달러를 북한 당국에 보냈다고 경찰은 전했다. 정보 당국은 이들이 속한 ‘조선릉라도무역총회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노동당의 통치자금을 만들어 관리하는 ‘39호실’ 산하 기관으로 보고 있다. 》관련기사 6면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