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못 따라가는 어업 규제] “서해 멸치 황금어장은 그림의 떡이쥬∼”

입력 2011-08-04 22:04


“멸치 황금어장유, 그림의 떡이쥬. 집 앞마당에 멸치 어장이 형성되면 뭐해유, 멸치잡이가 금지돼 손을 놓고 있어야 하니 답답할 뿐유.”

충남 태안군 신진도 근해안강망협회장인 안장남(49)씨는 “금어기(禁漁期) 때문에 충남 앞바다에 멸치 어장이 형성됐는데도 출어를 못 하고 있다”며 금어 시기 조정을 호소했다.

최근 들어 이상기후로 바다 생태계가 변하면서 서해에 새로운 멸치 어장이 형성됐다. 지난 4월부터 6월 하순까지 전남북 해상에서 산란을 마친 멸치떼가 조류를 타고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멸치잡이 어항인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항은 4일 출어를 못한 채 항구에 꽁꽁 묶여 있는 어선들로 가득 차 있었다. 충남도가 멸치를 잡을 수 있는, 코가 작은 그물인 ‘세목망’을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진도항에 등록된 멸치잡이 어선은 근해안강망어선 34척, 연안안강망어선 13척 등 모두 47척. 연안안강망어선은 아예 발이 묶였고, 타 시·도에서 조업할 수 있는 근해안강망어선들도 개점휴업 상태이기는 마찬가지다. 치솟은 기름값에 군산 앞바다까지 멀리 나가봐야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근해안강망어선 1척을 운영하는 최규만(60)씨는 “어선이 조업에 나가 최소한 700만∼800만원어치의 멸치를 잡아야 수지를 맞출 수 있는데, 요즘은 200만원어치밖에 잡지 못해 적자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과 1시간 거리에 형성된 멸치 어장을 눈앞에 두고 4∼5시간 거리인 군산 앞바다까지 가서 멸치를 잡아야 하니 답답하고 한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농림수산식품부 등이 세목망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은 멸치뿐만 아니라 대하 우럭 등 산란기 치어 어족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태안=글·사진 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