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금강산사업자로 美 업체 선정 현대아산에 통보
입력 2011-08-04 21:55
북한이 현대아산 측에 사실상 다른 관광사업자를 선정했다는 사실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故)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8주기를 맞아 4일 금강산을 방문한 장경작 현대아산 사장은 금강산에서 추모행사를 가진 뒤 이날 오후 강원도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남측으로 돌아온 후 취재진에게 “북측에서는 북측을 통한 관광객 유치에 대해 저희한테 양해를 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의 한국계 기업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남측 관광객에 대한 현대아산의 독점권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북한지역을 통해 들어오는 국제관광객에 대해서는 독점권 보장이 어렵다는 의미로 보인다.
장 사장은 “이충복 금강산국제관광특구지도국 부국장 등을 만나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측 인사 6명이 추모행사에 참가했으며 장 사장은 이 가운데 3명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현안과 관련해 충분히 논의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뉴욕의 한국계 무역회사인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는 북한과 지난달 25일 금강산 사업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주조선평양무역회사 박일우 대표는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에 북한을 직접 방문,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다듬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 수요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관련 인프라도 부족해 얼마나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박 대표가 현재 미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북한의 평양소주를 수입·판매하는 것이지만 수요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사업 자금과 관련한 질문에 “금강산 사업도 잘 들여다보면 그리 큰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며 “직영으로 해도 거대자금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하려는 것도 프로모션과 가이드, 어드바이스 등으로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부와 업계 안팎에서는 북한의 이번 양해각서 체결이 우리 정부에 금강산 관광 재개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에 대해 여전히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정 전 현대그룹 회장 8주기를 맞아 경기도 하남시 창우리 선영을 찾은 현 회장은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