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번지는 공포감… 美 3차 양적완화설 ‘솔솔’
입력 2011-08-05 01:59
미국과 유럽발 경제위기 여파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백악관과 이탈리아 총리가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약발이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미국 내에선 경기부양책으로 3차 양적완화 시행 필요성이 대두되고, 유로존은 재정위기에 이어 경기둔화 위협까지 겹치면서 무력증에 빠졌다.
◇금융시장, 경제지표 ‘혼돈’=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 출발했다. 오전 10시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57.12포인트(1.32%) 내린 1만1739.32를 기록했다. 전날 3개월물 리보(런던은행 간 달러금리)는 연 0.27%로 마감, 3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그동안 달러를 대주던 미국 은행들이 유럽 재정위기가 재확산될 것을 우려해 몸을 사리고 있다는 뜻. 일본 정부는 엔화가 강세를 보이자 4개월 반 만에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기도 했다.
경제지표도 저조하다. 미국 국가부채는 지난 2일 채무한도 상향에 대한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뒤 2380억 달러 늘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인 14조5300억 달러 규모를 64년 만에 넘어섰다.또 7월 서비스업(비제조업)지수는 52.7을 기록하며 전월 53.3보다 하락했고, 고용지수도 3개월래 최저치로 추락했다. JP모건체이스는 미국의 올 3분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1%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제조업 경기를 말해주는 7월 유로존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1.1을 기록, 전월의 53.3에서 2.2포인트 하락했다.
◇3차 양적완화 현실화?=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증가세가 올 상반기 둔화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더블딥(이중침체) 위협은 없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3차 양적완화 필요성까지 솔솔 나온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전 통화 담당 이사 3명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인플레이션이 잦아들면 3차 양적완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대차대조표를 재조정하는 2.5차 양적완화라도 단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아시아 증시는 한국을 제외하고 상승세로 마감했다. 유럽 주요 증시도 개장 초 반등했다. 영국 FTSE100 지수는 전일 종가보다 0.54% 오른 5614.77로, 독일 DAX30 지수와 프랑스 CAC40 지수 역시 각각 1.12%, 1.66% 상승한 6714.79, 3512.42로 장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 증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매입 소식에 3∼4%가량 하락세로 반전해 마감했다.
◇“이탈리아 디폴트 가능”=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견실하다”며 “금융시장이 잘못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공교롭게 총리의 섹스 스캔들이 터지면서 말발이 서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달 31일 돈을 주고 자신의 호화 빌라에 수십 명의 쇼걸을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우려 섞인 전망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경제비즈니스연구센터(CEBR)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이탈리아가 스페인보다 디폴트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