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인하 종료 한달도 안돼 60원 올랐다
입력 2011-08-04 21:40
정유사들의 ℓ당 100원 인하 조치가 끝난 지 한 달도 안 돼 주유소 기름값이 60원 가까이 오르자 정부와 정유업계가 언급한 ‘단계적 환원’이 말뿐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기름값을 결정하는 환율과 국제유가 추이를 보면 기름값 인상 요인이 적어 석유업계의 잇속 챙기기가 극에 달했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4일 유가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에쓰오일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판매가는 지난 3일 ℓ당 1942.56원으로 기름값 인하 조치가 종료된 지난달 6일 1881.57원보다 60.99원 올랐다. GS칼텍스 주유소는 58.92원(1898.32원→1957.24원), 현대오일뱅크는 57.70원(1883.24원→1940.94원) 인상됐다.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은 1921.86원에서 1953.18원으로 31.32원 오르며 27일 연속 상승했다.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4월 5일의 1971.37원에 근접한 수치다.
정유사들의 기름값 인상 폭은 더 크다. 현대오일뱅크의 보통휘발유 공급가격은 인하 조치가 끝난 7월 첫째 주 ℓ당 1773.68원에서 셋째 주 1861.20원으로 87.52원 인상됐다. 에쓰오일은 72.59원(1770.56원→1843.15원), GS칼텍스는 70.13원(1758.87원→1829.00원), SK에너지는 63.46원(1756.93원→1820.39원) 올랐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며 기름값을 한번에 올리지 않겠다던 정유사들이 불과 2주 만에 인하 가격의 63∼87%를 회복시킨 것이다.
최근 기름값 오름세는 국제유가와 환율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기름값은 2주 전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 보통휘발유 가격(현물 기준)에 영향을 받는다.
올해 초 달러당 1138.9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 경제불안이 지속되면서 지난 3일 1051.3원까지 떨어졌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싱가포르 시장의 보통휘발유(옥탄가 92) 가격은 지난 6월 27일 배럴당 105.02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3일 122.33달러까지 상승했다.
지난 3일 주유소 기름값과 연관된 2주 전 상황과, 정유사 가격 인하 조치가 시작된 지난 4월 7일 가격에 영향을 준 3월 중순 때를 비교하면 국제 보통휘발유 가격은 약 2% 올랐지만, 원·달러 환율은 4% 정도 하락했다. 환율 하락률과 국제 기름값 상승률을 동시에 감안하면 국내 휘발유 가격이 오를 이유가 적다는 분석이다. 그런데도 지난 3일 GS칼텍스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은 4월 7일보다 12.15원, 에쓰오일은 1.97원 더 비싸다. 정유사 관계자는 “실제 기름이 국내로 수입된 이후의 가격에 영향을 주는 국내 변수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정유사들은 “가격 인하 조치로 2분기에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기름값을 계속 올릴 분위기다. 이에 따라 조만간 휘발유값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