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들 글 읽은 후의 단상 ‘천년 벗과의 대화’

입력 2011-08-04 17:48


천년 벗과의 대화 / 안대회 (민음사·1만4000원)

책 읽은 감상문이니 이것도 독서록이랄 수 있겠다. 조선 선비의 글을 읽으면서 스친 단상을 묶은 산문집이다. 24년 유배 끝에 가족을 잃은 19세기 초 시인 이학규는 순장 당하는 사람의 최후를 상상하며 죽고 싶은 마음을 이겨냈다고 적었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 절망적인 삶을 버텨낸다는 것에 대한 절절한 기록이다. 추사 김정희의 글씨 ‘노규황량사(露葵黃梁社)’에는 시골 선비 황상의 삶이 담겨있다. 이슬 맺힌 아욱(노규)과 누런 기장밥(황량)은 청빈의 상징이었다. 글로 남긴 자화상 얘기도 흥미롭다. 후기 문인 심노숭은 무뢰배와 어울리고 과일을 탐한 못난 자아를 스스로 남겼다.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