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발씩 양보해 우유 대란 막아야

입력 2011-08-04 17:52

원유(原乳)를 생산하는 낙농가들이 오늘까지 원유 가격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납품을 무기한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낙농가들은 그제 하루 우유가공업체로의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실력행사를 벌였다. 재고가 있어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지만 낙농가와 우유업체 사이의 협상이 결렬되면 ‘우유 대란’이 현실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낙농가들의 요구는 ℓ당 704원인 원유가격을 173원(24.6%) 올려달라는 것이다. 2008년 584원에서 120원(20.5%) 오른 이후 원유값이 동결된 반면 사료값은 크게 올랐다는 주장이다. 구제역으로 인한 젖소 감소와 폭염·폭설로 인한 공급능력 감소도 낙농가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2010년 목장운영비 가운데 65.3%였던 사료비 비중이 현재 80% 수준으로 올라 한계상황이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이에 우유업체들은 41원 인상안을 준비했다가 81원으로 양보를 했다. 하지만 낙농가들의 입장이 강해 협상이 난항인 것으로 전해진다.

낙농가들의 요구에 들을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5년 전 1만2000여 곳이던 낙농가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니 사정이 딱하다. 하지만 국민 식생활을 볼모로 잡고 협박성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특히 최근 각종 생활물가 급등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은 상황이어서 지나친 요구조건을 내건 집단행동은 국민들의 등을 돌리게 할 것이다.

정부는 원유값을 올려주더라도 이를 가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은 지금처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유가공업체가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원유값 인상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2009년 1032억원, 지난해에는 76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매일유업도 2008년 이후 104억원, 184억원, 215억원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한 발씩 양보해 대란을 막아야 한다. 정부도 중재에 적극 나서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유판매가 중단되거나 값이 턱없이 오를 경우 소비자들의 저항이 거셀 것이다. 이는 낙농가나 우유업체 모두에 손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