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시] 掌篇 2
입력 2011-08-04 17:58
김종삼(1921∼1984)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川邊 一0錢 均一床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一0錢짜리 두 개를 보였다
짧지만 긴 이야기가 있다. 거지소녀와 거지장님 어버이와 주인 영감이 밥집 앞에서 슬프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거지소녀의 전 재산은 10전짜리 동전 두 개. 전 재산을 털어 어버이의 생일상을 마련한다. 밥이야 먹고 배설하면 그만이지만 이 풍경을 목격한 시인이 눈으로 먹고 뇌로 되새기는 밥은 이렇게 시를 낳고 있다. ‘레 미제라블’을 단 몇 마디로 압축하고 있는 놀라운 경지다.
정철훈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