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군수품의 수난
입력 2011-08-04 17:58
불량 군수품 납품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포신이 터진 전차, 물에 가라앉는 수륙양용 장갑차, 물이 새는 신형 전투화에 이어 불량 식품, 중국산 가죽장갑까지 장병들을 위협하거나 실망시키는 군납품들이 판을 치고 있다.
사병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전투력을 떨어뜨리는 ‘이물질 급식’은 지난 5년간 290건이나 발생했다. 국회 국방위 송영선 의원이 지난 2월 공개한 ‘최근 5년간 군납 불량 급식류 납품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불량 급식 건수는 60건으로 2009년에 비해 30%가량 늘었다. 개구리, 애벌레, 파리, 개구리, 쥐, 주삿바늘, 칼날, 담배꽁초, 압정 등 별의별 이물질이 사병들의 급식에서 나왔다.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최근 관계기관 합동으로 군납 식품업체 139곳에 대해 위생 점검을 실시한 결과 16곳(11.5%)이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곰팡이가 핀 작업장에서 두부를 생산하는 식이었다. 자기 아들에게 먹일 음식이라면 이렇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식품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가 지난 2일 발표한 방위산업체 P사 대표 김모씨는 직접 생산을 조건으로 군용 가죽장갑을 납품하기로 계약하고도 중국산 가죽장갑 3만7000켤레를 군부대에 제공했다. 김씨는 국내에서 만든 것보다 질은 떨어지지만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중국산 가죽장갑을 택했을 것이다. 값싼 중국제가 제 기능을 할 것으로 보는 국민이 있을까.
사병들에게 지급되는 군수품은 입대해서 제대할 때까지 품목에 따라 개인별로 수량이 정해져 있다. 중국산 가죽장갑이 쉽게 해어지고 실밥이 터지면 사병은 사비를 들여 다른 가죽장갑을 살 수밖에 없다. 전후사정을 모르는 사병은 납품업자를 욕하지 않고 허접스러운 가죽장갑을 지급한 군을 욕할 것이다.
김씨는 가죽장갑만 가지고 군을 희롱한 것이 아니다. 방탄제품도 납품하는 김씨는 육사 화랑대연구소에서 방탄 성능시험의 80%를 맡고 있는 전 육군사관학교 교수(예비역 대령)에게 뇌물을 주고 각종 편의를 받았다. 방탄복을 비롯한 방탄제품은 유사시 장병의 생명을 지켜주는 가장 중요한 장비 가운데 하나다. 돈을 주고 방탄 성능시험을 거친 방탄제품이 안전하다고 장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랑스런 대한의 아들들이 먹고 입고 쓰는 것을 가지고 장난하면 안 된다. 불량 군수품 보급은 사병들의 애국심과 충성심을 갉아먹는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