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가르쳐준 행복 목회 “본질에 집중하라”… 배성식 수지영락교회 목사
입력 2011-08-04 20:25
수지영락교회 배성식(53) 목사가 ‘마음숲을 거닐다’(좋은생각)란 제목의 책을 냈다. 일찍부터 한국 교계의 주목할 만한 차세대 지도자로 거론된 배 목사의 첫 번째 저서다. ‘한 성직자가 숲과 함께한 행복 묵상’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2000년 교회 개척후 숲에서 묵상·기도
서울장로회신학대를 졸업한 배 목사는 영락교회 수석 부목사로 사역하다 2000년 2월 마지막 주에 경기도 수지의 한 상가에서 수지영락교회를 개척했다. 개척 멤버는 가족뿐. “개척교회, 더구나 상가교회는 안 된다”는 소리가 한국 교회에 팽배하던 시기에 배 목사는 교회를 세웠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하나님의 소원은 교회를 세워 수많은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었다.
지금 수지영락교회에는 4000여명의 성도들이 출석하고 있다. 교회 성장적인 측면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이다. 배 목사는 소위 ‘성공한 목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는 성공보다는 본질을 추구하는 목회자다. 성공이란 단어 자체를 거부한다. 대신 끊임없이 하나님의 기분을 살핀다. 그분이 기뻐하시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는다. 배 목사는 작은 교회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작은 교회를 생각하면 그의 가슴이 아려온다. 이 땅의 작은 교회들에 “하면 된다”는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싶다.
고통과 상처 치유의 놀라운 능력 체험
배 목사가 성공주의 목회가 아닌 본질의 목회, 한없이 돕고 아낌없이 주는 목회,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목회를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숲에서의 묵상에 있다.
교회 개척 이후 그는 매주 목요일이나 금요일이면 반드시 경기도 양수리수양관으로 올라갔다. 거기서 하루를 머물며 설교를 준비하고 묵상의 시간도 가졌다. 하늘과 별, 달과 해를 보았다. 바람과 물소리를 들었다. 자연의 섬세한 몸짓 하나하나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하나님의 냄새를 맡았다. 창조주의 모양을 보았다. 그분의 마음을 깨닫게 됐다.
지난주 폭우가 내린 가운데서도 그는 어김없이 숲에 들어갔다. 잠시 비가 멈췄을 때 거미줄에 물방울이 맺혀 있는 것을 보았다. 그 장면에서 아들이 어릴 적 거미줄을 보면서 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제 아들은 컸다. 그러나 그는 영원히 아들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언제나 아들의 언저리에서 맴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아들을 향한 그리움, 그것은 아버지 마음이었다. 그때, 주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내 아들 성식아, 나도 너를 영원히 떠나지 못한단다. 언제나 네 언저리에 머물러 있단다.”
배 목사는 묵상했다. ‘아, 사랑하는 것은 항상 옆에서 맴도는구나. 내가 아들에게서 떠나지 못하는 것도, 주님이 내 곁을 떠나지 않는 것도 그리움과 사랑이 있기 때문이구나.’ 그는 그 마음으로 성도들을 사랑하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했다.
주님 말씀 순종 10년… 덤으로 성공 주셔
숲을 거닐면서 배 목사는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철학적 사유를 하게 됐다. 이 땅에서 이룬 것들은 하나님 관점에서 그리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도 절감했다. 거칠 것이 없어졌다. 숲은 개척교회 목사의 고통과 상처, 좌절도 치유해 주었다. 확실히 숲에는 맑은 것을 되찾아 주는 ‘회복 탄력성’이 있었다.
배 목사는 개척 시절부터 매주 주보에 숲에서의 묵상 내용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란 타이틀로 올렸다. 성도들은 물론 수많은 비신자들이 글을 보았다. 전도의 좋은 도구가 되었다. 책 속에는 명시적으로 하나님이나 예수님, 성령님과 같은 단어가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모든 초점은 하나님께 맞춰져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하나님의 마음과 모양이 있기 때문이다.
“숲에 들어가면 수많은 나무들이 저에게 ‘본질에 집중하라’고 말합니다. 하나님의 목소리지요. 빈자나, 부자 모두 숲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거기서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음성, 그 마음에 순종하다보니 행복한 목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교회 성장은 순전히 덤이었습니다.”
용인=글·사진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