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공급 전격 중단 비상 걸린 우유업계

입력 2011-08-03 19:15


낙농가들이 3일 우유업체에 원유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협회 소속 농가의 90% 이상이 참여해 우유업체에 원유 5200t을 공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협회는 현재 ℓ당 704원인 원유 가격을 173원 인상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날 하루 공급을 중단한 것이다. 협회 측은 오는 5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무기한 납유 거부에 돌입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하루에 1500t가량의 원유를 사들여 우유나 유제품을 만드는 서울우유는 이날 물량을 전혀 확보하지 못했다. 하루 600∼800t을 공급 받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도 마찬가지다.

유업체들은 전날 확보한 물량이 있어 당장 제품 생산에 큰 타격은 없는 상태다. 유업체들은 오전에 원유를 받아 가공을 한 다음 그날 오후 제품을 내놓는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하루 남짓 비축 물량이 있어 당장 생산에 차질이 없다”며 “하지만 오늘 하루 원유가 안 들어왔기 때문에 오후부터 출고량이 20∼3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커피전문점이나 제빵업체에 납품하는 양을 줄여 일반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우유는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납유 중단이 장기간 이어지면 가공유부터 생산을 줄이고 흰 우유 생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우유는 공장 가동을 부분적으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빵·제과업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등을 계열사로 둔 SPC그룹은 사태가 길어지면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보고 가맹점에 공급하는 ‘후레쉬 우유’의 양을 조절하고 있다.

원유 가격은 2008년 이후 3년간 동결돼 왔다. 그동안 사료값은 30% 이상 오르고 이상기후로 우유 생산량이 15% 감소해 낙농업계는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무기한 납유 거부 사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젖소는 하루에 두 번씩 젖을 짜야 하고 원유 자체가 돈이기 때문에 낙농가들이 원유를 무작정 내다 버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