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금융위기 ‘정치권이 부채질’
입력 2011-08-03 18:42
이탈리아 금융 위기가 다시 불거진 데는 정치 불안이 한몫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지적했다.
◇재무장관 거취 논란=채무 비율이 유로존에서 2위인 이탈리아가 지금까지 결정적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를 맞지 않은 데는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의 공이 컸다. 위기 상황마다 시장을 안심시켰고 그에 맞는 정책을 폈다. 그에 대한 시장과 국제 사회의 신망도 두텁다.
그런데 최근 트레몬티의 거취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탈세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 로마에 머물 때 얻은 아파트에 월세를 현금으로 지불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주로 수표를 쓰거나 계좌이체를 통해 집세를 낸다. 더욱이 아파트 소유주는 트레몬티의 전 보좌관으로,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재정적자 감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국민에게 돈을 덜 쓰고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게 긴축안의 요지다. 국민에게는 고통 분담을 요구하면서, 경제 정책의 최고 책임자인 재무장관은 내야 할 세금을 빼돌리려 했으니 여론이 좋을 리 없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로서는 정적을 제거할 좋은 기회다. 두 사람은 베를루스코니 개인 기업에 특혜를 주느냐의 문제 등을 놓고 대립해왔다. 금융 위기를 책임질 적임자가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는 상황을 맞자 시장이 느끼는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트레몬티는 법을 어기지 않았으며 사퇴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이다.
◇고통 분담 안 하는 의회=의회가 국민의 비난에 휩싸여 있는 점도 위기를 키우고 있다. 이탈리아 의회는 약 480억 유로(약 72조원) 규모의 재정적자 감축안을 짜면서 의원들이 받는 세비는 그대로 유지했다. 세비는 월 2800만원 수준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의원들은 법안 투표 전에 모여 세비 감축을 하지 말자고 합의했다. 재정적자 감축안은 국민에게는 임금 동결과 건강보험료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어 이탈리아 국민이 정부에 느끼는 분노는 날로 커지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