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질때까지 임무수행 301호 기사 천덕꾸러기 취급에 유족 분노
입력 2011-08-03 21:25
‘7·23 고속철 추락 참사’ 당시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다 가슴에 브레이크 손잡이가 박혀 숨진 채 발견됐던 D301호 둥처(動車) 기관사 판이헝(潘一恒·38)은 의인인가 천덕꾸러기인가?
판씨 유족은 철도부가 한동안 그의 죽음을 기리기는커녕 귀찮은 존재로 취급해 두 번 울어야 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명보(明報)는 3일 사후처리반이 “철도부 직원에게는 민간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며 판씨에 대한 배상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사후처리반은 “이 문제에 대해선 철도부와 직접 담판하라”고 말한 뒤 이미 활동 종료를 선언하고 철수해 버렸다.
판씨 유족은 지금까지 판씨가 생전에 가입했던 생명보험의 보험금 5만2000위안(880여만원)을 받았을 뿐이다. 독자였던 판씨에게는 이제 겨우 9살 된 아들이 있어 유족 생계가 막막한 실정. 판씨 부친은 철도부 관련 부서를 찾았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했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인터넷상에서 당국에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되자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철로국은 이날 뒤늦게 “판씨에 대해 일반 여객과 같은 기준으로 배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난창 철로국은 나아가 “판씨 유족의 생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고 도와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로써 판씨 유족의 소원이 모두 풀린 것은 아니다. 국무원 사고조사팀은 지난달 28일 제1차 회의를 연 뒤 신호 설비 및 관제 시스템 결함을 사고 원인이라고 밝혔다. 유족은 기관사나 둥처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밝혀진 만큼 철도부가 그가 의롭게 죽었다고 판단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판씨는 지난달 23일 참사 당시 추돌 직전까지 브레이크 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열차 속도가 줄어들어 희생자 수를 줄일 수 있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