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쏟아지는데 멀리 가봐야 생고생… 도심 피서족 는다
입력 2011-08-03 18:32
연일 계속된 폭우로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한 직장인들이 도심 속에서 대안을 찾았다. 산이나 계곡, 해수욕장을 찾는 대신 가까운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도심 피서족’이 늘고 있다.
3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수영장은 더위를 피해 찾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직장인 송기혁(30)씨는 “그칠 줄 모르는 비 때문에 해수욕장 가려던 계획을 취소했다”며 “아쉬운 마음에 여자친구와 가까운 호텔 수영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호텔 관계자는 “비가 오지 않는 날 수영장을 찾는 손님이 지난해 여름보다 10% 가까이 증가했고 호텔 수영장 예약률도 크게 증가했다”며 “넘쳐나는 손님을 받기 위해 올해부터 야간 개장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다른 유명 호텔 관계자도 “영업상 비밀 때문에 숫자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손님이 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온천 대신 도심 속 스파(Spa)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서울 한강로동 드래곤힐 스파 관계자는 “최근 하루 평균 이용객이 평소보다 1000명 정도 늘어난 3400여명에 이른다”며 “비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일치기 여행도 많아졌다. 휴가 기간 내내 인천에서 바다낚시를 할 생각이었던 직장인 이요한(33)씨는 비 때문에 계획을 포기하고 실내 낚시터로 대신했다. 트위터나 다음·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게시판엔 당일치기 여행 후기가 속속 올라왔다. 트위터 아이디 ‘exile***’은 “이번 휴가 기간 비가 계속 내려 계획했던 지리산 종주를 포기하고 당일치기로 천왕봉을 올랐다”고 글을 올렸다.
대형 서점과 영화관도 인기다. 지난달 서점 반디앤루니스 매출액은 93억원을 기록했다. 4∼6월 74억∼77억원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반디앤루니스 관계자는 “휴가철에 집에서 책을 보며 피서를 대신하는 분이 많은데 올해는 계속된 비로 도서 판매량이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 여름 CGV 영화관을 찾은 관람객도 다른 해보다 10% 정도 늘었다. CGV 측은 “휴가철 멀리 여행을 떠나지 못한 관람객들이 많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