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경영진단의 역설’… 금융당국, 보수적 잣대 ‘송곳’ 진단

입력 2011-08-03 14:44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경영진단이 예상보다 ‘엄격히’ 진행되면서 9월 말 발표되는 부실 저축은행 규모가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됐던 대출금액 중 상당부분이 부실 여신으로 하향 조정된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회계법인 등 350여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저축은행 현장경영진단 검사반이 2차 실사에 나섰다. 특히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엄밀한 조사를 위해 순수 금감원 인력 위주의 검사반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건전성 평가가 중점적으로 이뤄져 저축은행들이 마련해야 할 대손충당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이 대손충당금 산정 규모를 가장 보수적인 기준에 맞춰 적용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대출을 받은 시공사나 시행사가 매달 꼬박꼬박 이자를 내면 정상 여신으로 구분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시공사나 시행사의 신용상태까지 조사해 부실 여신으로 구분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도 “평소엔 50억원을 빌려줬을 때 담보가 100억원이면 정상 여신으로 분류해 대손충당금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이번 조사에서는 담보액이 충분해도 대출 기업의 경영상태가 부실하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고 진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규모가 큰 일반 여신까지 일일이 들여다본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저축은행들이 마련해야 할 대손충당금 규모가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손충당금이 늘어나면 자기자본이 줄어들기 때문에 BIS 자기자본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난 1분기 말 BIS 비율 1% 미만인 저축은행이 1곳에 그쳤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이보다 훨씬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저축은행들은 대주주를 통한 유상증자나 회사 자산매각에 매달리고 있다.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후순위채를 발행하거나 투자자를 모아 유상증자 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1100억원에 서울저축은행을 인수한 웅진은 이미 1800억원을 추가 투입했지만 이번 조사가 끝나는 시점에 또다시 자금을 투입해 재무 건전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다른 저축은행은 아파트 사업 부지나 은행 소유 건물 매각에 나섰다. 프라임그룹은 테크노마트를 팔아 프라임저축은행에 투입할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당수 저축은행이 예금 유치를 위한 고금리 상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