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공정’ 외치더니…소비자는 울고 업체는 웃고

입력 2011-08-04 00:19


“이번 대책으로 약 6%의 보험료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1450만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 차량수리 자기부담금 산정 변경, 서민우대상품 개발 등을 골자로 한 ‘공정사회를 향한 자동차보험 개선대책’을 발표하면서 공언한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 대책이 추진되고 있음에도 정작 보험료 인하 소식은 없는 반면 손해보험사들의 이익은 올해 들어 크게 증가했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건복지부, 국토해양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청 등이 공동으로 지난해 12월 29일 내놓은 자동차보험 개선대책은 “보험금 누수를 방지하고 보험료를 하향 안정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 대책으로 인해 보험료는 6% 인하 효과가 기대되며 중·장기적으로 개선방안이 제도화되면 추가적인 인하 효과도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량 수리 시 자기부담금을 기존 5만원의 정액형에서 10만~50만원의 비례형으로 바꾸는 방안으로 4.0%, 보험회사별 판매비 규모 제한 및 예정사업비 산출방식 합리화로 1.5%, 렌터카 요금 합리화로 0.4%라는 인하 효과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 세 가지 방안은 모두 도입됐지만 정작 이득을 본 것은 손보사들이다. 이들 방안이 손보사의 지출은 줄이는 반면 수익은 되레 늘어나는 구조로 만들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 2월 가장 빨리 실현된 자기부담금 비례형 전환은 손보사들의 손해율과 순이익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자기부담금 비례형은 운전자가 차량 손해액에 관계없이 정해진 금액만 부담하면 되던 것을 손해액의 일정비율에 따라 부담금을 정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운전자 부담을 늘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주요 손보사 10곳의 지난 4~6월 순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에 달했다. 한때 80%대에 근접했던 손해율도 최근 3개월간 70%대 초반으로 안정됐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보험료 인하계획은 여전히 진전이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4월 회계연도가 끝나고 나면 통계를 보고 나서 (보험료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책안에 포함됐던 “보험료율 개편으로 인해 할증된 보험료는 전액 보험료 할인 재원으로 사용된다”는 계획도 아직까지는 요원하다.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 손보사들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일제히 보험료를 올리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서민의 반감만 높아진 격이 됐다.

추진과제 중 업계 이익과 직접 관련이 없는 부분들은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문제다. 저소득층에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서민우대상품을 개발하겠다는 과제는 현재 7개 손보사들이 이행하긴 했지만 생색내기 수준이다. 지난해 3월 말 가장 먼저 상품을 출시한 삼성화재가 200여건, 4월 출시한 현대해상이 70여건을 판매했을 뿐 나머지 5개사는 10건 미만에 그치고 있다. 이는 온라인 보험보다 보험료가 비싸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진료수가 체계 개선 등 대인 의료비 절감 방안, 자동차부품 자기인증제 도입 등 주요 과제들이 부처 간, 또는 관련 업계와의 마찰로 차질을 빚고 있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3일 “소비자 부담을 높이는 방안으로 대책을 시행했다면 그 부분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려는 준비 작업도 동시에 진행해야만 실질적으로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