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저축은행 청문회 증인채택 또 합의 실패… 기싸움만 30일 ‘신물 國調’

입력 2011-08-03 21:39

수조원대의 불법대출이 이뤄졌고, 증발된 돈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저축은행사태. 여야는 권력기관과 금융당국까지 얽힌 총체적 비리인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며 지난 6월 29일 국회 국정조사에 돌입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전체 국정조사 기간 45일 가운데 30일 이상을 청문회 증인채택을 놓고 기싸움만 벌였고, 결국 파행으로 마무리될 조짐이다.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 특위의 활동 마감 시한을 9일 앞둔 3일 오전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특위 여야 간사와 함께 ‘4인 회동’을 갖고 청문회 증인 채택을 위한 막판 절충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삼화저축은행의 돈을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영수 KMDC 회장의 증인채택을 놓고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이다.

민주당 특위 간사인 우제창 의원은 특위 기관보고에서 “한나라당은 이영수씨를 증인으로 받겠다고 하더니 막상 협상에 들어가니 ‘절대 안된다’고 한다. 도대체 뭐가 두려워 못 받냐”고 따졌다. 이에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은 “사태 본질과 상관없는 정략적 도구에 불구한 증인 위주로 채택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거듭되는 증인 협상 실패로 자칫 ‘청문회 없는 국정조사’로 끝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청문회를 열려면 증인들에게 개최 7일 전까지 출석 요구서를 보내야 한다. 따라서 청문회를 5일과 8∼9일 등 사흘간 열겠다던 당초 계획은 이미 무산된 상태이고, 활동 마감일인 12일까지도 청문회 개최 여부는 불투명하다.

애초 여야가 저축은행 사태를 전·현직 정권의 책임으로 몰고 가기 위해 200명 가량을 증인으로 요구하면서 청문회 파행은 예고됐었다. 이후 서로에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증인을 고집했고, 지금까지 김황식 국무총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 박지만씨 부부를 제외한 40여명을 증인으로 채택키로 의견 접근을 이룬 게 전부다.

이처럼 특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국조 무용론과 함께 특검 도입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이 국민에게 무엇인가 피한다는 듯한 느낌을 줘서는 안 된다”며 “특검이든 뭐든 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저축은행 문제를 접근할 경우, 설사 특검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사태의 본질에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관측이 많다.

한장희 김원철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