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수사에 명운 걸겠다”던 말 기억해야
입력 2011-08-03 20:50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의 저축은행 비리 수사 지지부진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캐나다로 도피한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송환 문제까지 언급했다.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일이다. 이 대통령은 박씨 송환과 관련해 “내가 캐나다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야 하느냐”는 말까지 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검찰은 지난 6월 30일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명문화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검찰 수사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가 막바지에 ‘대통령령’으로 바꾸자 대검 간부들의 사표제출 소동 이후 결국 김준규 검찰총장만 사퇴했다. 수사권 독립을 둘러싼 검·경의 갈등 초기엔 “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제대로 해 대검 중수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겠다”고 큰소리 쳤던 기백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 사건 수사의 핵심은 무엇보다 부산저축은행이 부실덩어리인데도 불구하고 거액의 유상증자를 할 수 있었던 배경과 조기퇴출을 피할 수 있었던 배후 세력을 캐는 것이다. 그동안 청와대 핵심 인사와 유명 변호사,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의 친척, 여야 정치인 등 숱한 이름이 배후 세력으로 거론됐지만 은진수 전 감사위원 말고는 이렇다할 배후를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은 “말로만 의혹을 제기하지 말고, 증거를 가져와라”며 언론과 정치권을 향해 목소리를 높일 일이 아니다. 포스텍 등에서 1000억원이라는 거액의 투자금을 부산저축은행에 끌어들인 박씨의 송환에 수사력을 집중해야 한다. 경찰을 통해 인터폴에 수배령을 내렸다고는 하지만 현지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지 않는 한 강제소환은 쉽지 않다.
박씨는 웬만한 여야 정치인과는 형님 아우 하는 사이로 거미줄 같은 인적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건의 배후를 캘 핵심 인사로 볼 수 있다.
검찰은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범죄 증거를 확보한 뒤 박씨의 영장을 발부받아 캐나다에 범죄인 인도를 요청한 것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검찰의 분발을 한 번 더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