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립 5개 교회의 역발상 “홀로서기 지름길은 연합”
입력 2011-08-03 17:51
한국교회의 고질병인 미자립교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5개 미자립교회가 뭉쳤다. 이들은 공동 연합 수련회를 갖는 것은 물론 다른 미자립교회를 돕기 위해 공동 선교사도 파송하기로 했다. 이들의 첫 전교인 연합 수련회가 열리는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기도원을 지난 1일 찾았다. 수련회는 3일까지 이어졌다.
서먹서먹하거나 인원이 적어 썰렁할 거란 예상은 기우였다. 5개 교회 100여명의 성도들은 7개 소그룹으로 나뉘어 게임을 하고, 찬양을 하고, 말씀과 삶을 나누었다. 수련회 장소인 교육관 3층 소망성전은 ‘왁자지껄’ 활력이 넘쳤다.
서울 새생명교회 이상형(45) 목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에겐 더 이상 ‘내 교회, 네 교회’ 벽이 없습니다. 우린 한 교회, 한 성도들입니다.” 그러자 서울 방배동 비전교회 윤상준 집사가 손을 들고 물었다. “앞으로 춘천에 볼일 있으면 그 교회 가서 예배드려도 괜찮죠?” 여기저기서 폭소가 터져나왔다.
이번에 뭉친 5개 교회는 서울 강남의 새생명교회, 비전교회, 열방교회를 비롯해 서울 송파의 주함께교회, 강원도 춘천의 서로사랑교회 등이다. 예장 통합, 예장 합동 등 교단도 다양하고 지역도 다르다. 하지만 교인 수 30명 안팎의 미자립교회, ‘한국교회 미자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만큼은 서로 닮았다. 수년 전 한 세미나에서 한 테이블에 앉아 식사했던 게 계기가 됐다. 단순히 미자립교회의 연합이나 개교회 부흥을 넘어 한국교회 미자립 문제 해결에 뛰어들어보자는 게 이들의 각오였다.
서울 비전교회 원태현(40) 목사는 “미자립교회에 대한 재정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같다”며 “부어도 부어도 독이 가득 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게 미자립교회 정책의 현주소”라고 토로했다. 그렇다고 목회자의 설교나 은사가 모든 걸 해결해주는 것도 아니다. 이들이 제시한 해법은 사람이다. 5개 교회가 십일조와 전도할 수 있는 7∼12가정을 한 미자립교회에 공동으로 파송하는 것이다. 출신 교회는 다르지만 이들은 한 미자립교회를 섬기는 한 교회 교인들이 되는 것이다. 파송 D-데이를 2013년으로 정하고 이미 평신도 훈련도 시작했다. 새생명교회 김혜숙(47) 집사는 “목사님으로부터 연합을 통한 미자립교회 세우기 비전을 들었을 때 남편도 자녀들도 ‘바로 이거다’라고 공감했다”며 “파송받아 가겠다는 마음을 정하고 하나님이 보내실 때를 기다리며 열심히 훈련받고 있다”고 했다.
이번 수련회 주강사였던 황성철 전 총신대 교수는 즉석에서 이들의 지도교수를 맡았다. 황 교수는 “미자립교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제적 운동이라고 생각해 수락했다”며 “한국교회가 사랑받는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한 좋은 대안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들 5개 미자립교회는 내년 연합 수련회엔 1000명의 미자립교회 교인들을 한데 모으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자신이 속한 교단에서도 이 운동을 적극 알려나가기로 했다. 미자립교회뿐 아니라 중대형 교회의 참여도 열어놨다. ‘미자립교회에 의한 미자립교회 살리기’라는 새로운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남양주=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