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선이 무슨 죄냐” 중진들 뿔났다… 공천 총책임자 발언에 일파만파

입력 2011-08-03 21:41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이 뿔났다. 연일 내년 총선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어서다.

하루 전 김정권 사무총장은 경남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선에서 자기 희생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며 “연말연시가 되면 당 중진 가운데 불출마 선언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 과정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이 이 같은 발언을 하자 당내에선 큰 파장이 일었다.

김 총장이 불출마 대상으로 콕 집어낸 경남지역 중진의원의 측근은 3일 국민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섣불리 물갈이 얘기를 꺼내면 당내 자중지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능력이 아니라 나이를 기준으로 삼는 문화는 잘못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부산 4선인 정의화 의원도 “재선 3선 의원이 50% 정도 되고, 초선과 다선이 25%씩 되는 ‘달항아리’ 구조가 좋지 않겠느냐”며 “그래야 노장청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18대 국회를 보면 의원 297명 중 초선 144명(49%), 재선과 3선이 122명으로 41%, 4선 이상 다선은 30명(10%)이다.

대구 4선인 박종근 의원은 “다선이 무슨 죄인이냐”며 “다선은 유권자가 부여하는 명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선 중에 재선도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며 “당은 공천 기준이나 방침을 갖고 공천하고 당선 여부는 유권자들이 결정하면 되는데 왜 개인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해 논란을 일으키느냐”고 김 총장을 비판했다.

부산 3선인 안경률 의원은 “지금 당이 정기국회를 앞두고 민생을 챙기는 치열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우리끼리 갈등하고 반목하면 되겠느냐”며 “설사 물갈이를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국회의원의 도리를 다 하게끔 해야 하는데 지도부가 갈등을 촉발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18대 공천을 반면교사로 삼아 인위적인 물갈이를 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많다. 그런데 구체적인 공천 기준이 정해지기도 전에 핵심 당직자들이 불쑥불쑥 물갈이 언급을 하자 다른 정치적 계산이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영남지역 중진 의원은 “홍준표 대표는 공천 발언을 자제하라고 하고, 사무총장이나 인재영입위원장은 부추겨 결국 서로 짜고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인위적 물갈이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공천 룰이 정해지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잘 선택해 당선시키는 게 당 지도부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서둘러 수습했다.

한장희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