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식품소비 급증 세계시장 물가대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입력 2011-08-03 18:20

미국의 실물 경제 급랭과 재연된 유럽의 재정위기가 국제 경제에 위기감을 불어넣고 있는 가운데 세계 농수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그치지 않고 있다. 실물위기에다 농산물발 물가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자칫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속 고물가)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고기 맛에 눈 뜬 중국·인도=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산정하는 세계 식품가격지수는 지난 2월 23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6월에도 234로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식품물가 급등의 한가운데에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 국가의 경제성장에 따른 곡물 수입 증가가 세계 곡물 시장을 들썩이게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쌀 생산량의 31%와 밀 17%, 옥수수 20%를 소비하고 있다. 세계 쌀 교역량은 중국 소비량의 22%에 불과하고, 옥수수 교역량은 58%, 밀은 128%에 그칠 정도로 중국은 엄청난 곡물 소비 대국이다.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생활여건이 개선되면서 식품소비가 늘어났다. 특히 육류 소비증가는 가축사료로 쓰이는 곡물의 수요를 증가시키고 이로 인해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이 촉발한 지속적 물가상승)이 발생했다. 인도는 지난 5년 동안 1인당 소득이 39% 증가하면서 우유·계란·육류·생선 등을 정기적으로 소비하는 인구가 2억2000만명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스태그플레이션 오나=국제유가 폭등에 대응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 미국 등 선진국들이 추진하고 있는 바이오 연료 생산 정책도 곡물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바이오 연료 생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 브라질, 유럽연합(EU) 등으로 미국산 옥수수의 40%, 브라질산 사탕수수의 50%가 바이오 에탄올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재정부는 “이들 국가가 바이오 연료 생산을 늘릴 경우 그 원료인 옥수수와 사탕수수의 소비가 많아지면서 결국 곡물가격 추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지구온난화와 이상 기후 탓에 줄어든 곡물 수확량과 곡물 시장으로 몰려드는 국제 투자 자금은 농산물 가격 안정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문제는 최근의 미국 유럽발 위기와 농수산물 가격 급등이 최근 들어 상호 연계작용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서의 금융 및 실물위기는 투기자본 등으로 하여금 해당국 통화에서 안전자산인 금 및 농산물로 이동하도록 부추기면서 가격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농산물 가격상승→경제위기 등 스태그플레이션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을 키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