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어이할꼬”… 정부, 세게 나가면 日에 말려드는 꼴

입력 2011-08-03 18:19

“일본의 독도 도발 때마다 정부가 강하게 대응하면 일본의 의도대로 ‘독도=국제분쟁지역’이 되는 꼴이고, 가만히 있자니 국민정서도 고려해야 하고….”

정부의 ‘독도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 한·일 간 독도 갈등은 수십년간 지속된 해묵은 문제다. 매년 3월과 4월, 7월 정기적으로 양국이 독도 신경전을 벌인다. 3월에는 일본 정부의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로 양국이 늘 시끄럽다. 4월과 7월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은 일본 정부의 외교청서와 방위백서가 각각 발표된다. 여기에 올해는 일본 외무성의 대한항공 이용 자제 조치, 자민당 의원들의 울릉도 방문 시도가 추가됐다. 때문에 독도 갈등의 파고가 어느 해보다 높다.

2일 일본의 방위백서 발표와 이에 따른 우리 정부의 맞대응 이후 일단 양국 정부 차원에서는 ‘휴전’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우리 국회의 독도영토수호대책특위가 12일 독도에서 전체회의를 여는데 이어 이명박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에 독도 문제가 포함되느냐에 따라 언제든지 확전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독도 갈등 수위가 어느 해보다 높기 때문에 일본 측에 엄중하게 대처하되, ‘독도의 국제분쟁지역화’에는 말려들지 않겠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3∼4월 일본 정부와 ‘교과서 전쟁’을 벌이며 독도 대응전략 기조를 한 단계 높였다. ‘차분하고 단호한 외교’에서 ‘엄중하고 단호한 외교’로 선회한 것이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4월 이후 차분한 대응에서 엄중한 대처로 정부의 외교 기조가 강화됐다”면서 “예년에 비해 일본의 독도 도발이 잦아져 국민정서가 격앙돼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마디로 강경한 대응 속에 냉철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민간 차원에서 독도 문제를 해외에 과도하게 홍보하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갖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독도 갈등 이후 네티즌들은 앞다퉈 트위터 등을 통해 외부로 독도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광고 문구가 우리 국민에게는 당연한 얘기지만, 해외에서는 ‘독도라는 곳이 분쟁지역이다’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실제 미국 유력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한·일 간 독도 갈등 기사를 다루면서 지도에 독도를 ‘다케시마’와 공동 표기했다. 이 신문은 최근 5∼6년 동안 독도를 다케시마와 같이 쓴 적이 없었다.

더구나 이 신문에는 가수 김장훈씨, 독도 운동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 주도로 지난 3월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광고도 몇 차례 실린 터였다.

외교부의 다른 당국자는 “WSJ 사태는 지나친 광고로 인해 독도가 국제분쟁지역화된 전형적인 폐해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정부 내부에서는 민간의 독도 광고가 일본에 역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