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수능’ 예고에… 입학사정관제 과열
입력 2011-08-03 21:39
재수생 정모(19)양은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 3곳에 지원했다. 사학과를 희망하는 정양은 ‘스펙’을 쌓기 위해 역사탐방 프로그램을 짜서 중국도 다녀왔다. 정양은 3일 “한국사능력시험, 한국어능력시험 등 전공에 필요한 자격시험은 다 봤다”며 “입학사정관 전형은 스펙을 보지 않는다지만 다들 지원하는 과에 맞는 맞춤형 스펙을 준비한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쉽게 출제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입학사정관제 일부 전형은 학과별 경쟁률이 60대 1을 넘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수능 점수로 당락이 좌우되는 정시모집의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내신과 다양한 전형 요소로 평가하는 입학사정관 등 수시모집으로 학생이 몰리는 것이다. 올해 전체 4년제대 수시모집인원은 23만7681명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3만8169명(16.1%)이다.
지원자마다 평균 4∼5곳, 많게는 10여곳씩 지원하면서 교사들은 추천서를 쓰느라 정신이 없다. 학생들은 전형에 필요한 서류, 포트폴리오 준비에 허덕인다. 은광여고 조효완 교사(전국진학지도교사협의회장)는 “수시가 낫다고 판단한 학생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에 몰려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30% 정도 늘었다”며 ”교사마다 30여장씩 추천서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이 직접 교사추천서를 쓰는 촌극도 벌어진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내가 교사인 것처럼 쓰려니 어색하고 힘들다”는 의견이 꾸준히 올라왔다. 서울 한 고교의 이모 교사는 “학생이 초안을 만들어 오면 담임교사가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학은 잠재력을 본다지만 학생은 스펙을 입증하느라 힘을 뺐다. 사회복지학과에 지원한 김모(18)군은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1곳만 지원했는데 서류 준비에 한 달이 걸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쉬운 수능이 예고된데다 수시모집에서 미충원 인원을 추가모집하면서 입학사정관 전형 지원자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3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건국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은 모집인원을 지난해보다 늘렸지만 경쟁률이 높아졌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올해부터는 수시 충원합격까지 가능해지면서 학생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전공적합성을 찾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원기회 확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성수 정부경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