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원화 당분간 약세 기조… 한국수출도 빨간불
입력 2011-08-03 18:18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우려와 유럽의 재정위기가 한꺼번에 부상하면서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이다. 미국 및 유럽 경제상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주가 및 원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은 이어질 전망이다. 외부 악재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수출에도 적신호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경제침체 조짐이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돼 온 데다 한국 경제의 기초가 튼튼해졌기 때문에 지나치게 외부요인에 과민반응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더블딥 공포, 우리나라로도 진행될까=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의 부채협상이 타결되면서 안정감을 찾은 금융시장이 불과 이틀 만에 패닉상태에 빠진 것은 미국의 실물경제에 대한 우려와 유럽 채무 위기의 재부상 문제가 동시에 터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고 7월 제조업지수는 2년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결국 미국 부채상한 문제가 가까스로 해결됐지만 예상보다 허약한 미국 경제체력이 확인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을 친 것이다. 여기에다 그리스 채무위기가 최근 가까스로 고비를 넘기면서 다소 잠잠해졌던 유럽 재정문제가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가 급등하면서 재부상했다.
결국 선진국의 위기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 및 주가 약세 현상을 부추긴 것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달러 약세를 가져와야 하지만 외국자본이 우리나라 등 신흥국 시장에서 엔화 및 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오히려 원화 약세를 부채질하는 동력으로 작용했다. ‘달러 약세=원화 강세’라는 공식이 선진국 특히 미국의 금융혼란 와중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미국 유럽발 위기가 우리 금융시장에 이어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단언하기 이르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미국의 더블딥 우려는 세계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면서 수출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실물위기는 소비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미국의 3차 양적완화도 최근의 물가상승률로 인해 쉽지 않은 만큼 의외로 파장이 커질 수 있다”며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커다란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예견된 일, 과민반응할 필요 없다” 의견도=“노출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 미국 유럽의 저성장 기조는 지난해 말부터 예견돼 왔다. 수출구조가 다변화된 우리나라로서 지나치게 예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미국 유럽 경제는 앞으로도 부진한 가운데 조금 괜찮아졌다가 덜 괜찮아졌다가 하는 패턴을 반복할 것”이라며 “몇몇 미국 경제지표 악화로 인해 더블딥이 바로 오는 상황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