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폴트사태 넘겼지만 신용등급 강등 눈앞… 세계경제 속수무책
입력 2011-08-03 18:19
전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은 미국과 유럽발 악재가 단초를 제공했다. 미국은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극적으로 넘겼지만 채무한도상향 합의안에 따른 사실상의 긴축정책 돌입으로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커졌고, 질질 끈 협상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되자 신용등급 강등도 눈앞에 닥쳤다. 잠잠했던 유로존 재정위기는 긴급 구제안에 대한 확신이 사라지면서 제2의 그리스로 지목된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또다시 재점화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모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미국 경제상황은 좋지 않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에 전기대비 0.4% 증가에 그쳤고, 2분기에는 1.3%로 나아졌지만 전년동기 3.8%에는 크게 못 미친다. 여기에 제조업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7월 제조업지수는 50.9로 2년래 최저치로 떨어졌고, 실업률도 3월 이후 매달 상승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가 신용등급도 위협을 받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는 2일(현지시간) 현행 최고등급을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피치는 이달 말까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중국 신용평가사 다궁(大公)은 미국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9∼10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시장은 3차 양적완화 시행을 기대하는 눈치다. 채권펀드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구두개입을 하는 형식의 제3차 양적 완화를 제안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돈을 다시 풀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가중돼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도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유로존 출범 이후 국채 금리가 최고치를 기록한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이날 휴가를 연기했고, 이탈리아의 줄리오 트레몬티 재무장관도 금융안정위원회(FSB)를 긴급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유로존 국가들은 4400억 유로 규모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으로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를 재매입하는 방안을 지난주 논의한 데 이어 3일부터 재논의하기로 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