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해결 달인이라 불러주오” 지속적으로 지역구 찾아 애로 척척 해소해 주는 의원 늘어
입력 2011-08-03 18:12
여름 휴가철인데도 여야 국회의원들은 바쁘기만 하다. 지역구로 내려가 주민들의 ‘민원 해결사’를 자청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벌써부터 내년 총선 준비에 돌입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를 놓고 “해마다 반복해 온 총선용 겉치레”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지역주민과 눈높이를 맞춰 현안 해결에 매진하는 모습은 과거와 달라진 시대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지난 몇 차례 선거를 통해 이념을 넘어서는 생활정치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실리·실용적 도움을 주는 정치인을 뽑겠다는 유권자들의 투표 경향이 강해지면서 민원 해결사를 자처하는 의원들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나라당에서는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구을)이 ‘지역구 챙기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7월부터 매달 둘째·넷째 토요일을 ‘민원의 날’로 정해 신월동 지역구 사무실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민원인을 만난다.
1년간 주민 2000명으로부터 민원 1000건을 접수받은 그는 필사적으로 문제 해결에 매달린다. 가난한 주민의 보험금 수령을 돕거나 부채를 탕감해 주기도 했다.
김 의원의 행보에 대한 당 안팎의 호평이 잇따르자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도 많다. 같은 당 김동성 의원(서울 성동구을)은 지난달 23일부터 ‘국회의원과 함께하는 민원의 날’을 시작했다. 향후 한 달에 한 번씩 이런 유의 행사를 지속할 계획이다.
지역구 주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이벤트’도 다양하게 벌어지고 있다.
김선동 의원(서울 도봉구을)은 지난해 3월부터 호프집 미팅을 정기적으로 갖고 있다. 권영진 의원(서울 노원구을)은 매달 첫째·셋째 토요일 지역구 내 불암산에 올라 여론을 파악하고 주민들의 민원을 받는다. 중진인 김무성 의원은 지난 5월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지역구(부산 남구을) 관리에 전념하고 있고, 안경률 의원(부산 해운대·기장군을)도 7∼8월 2개월간 ‘100회 주민 간담회’를 진행 중이다.
민주당 의원들 역시 필사적으로 지역에 ‘올인’하고 있다. 이춘석 의원(전북 익산시갑)은 상·하반기 1년에 두 차례 ‘시민 공청회’를 연다. 공청회에 중앙부처와 지자체 관계 공무원을 불러 일종의 ‘무력시위’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공청회 결과물이 나온다는 평가가 돌면서 지역민들이 먼저 공청회 주제에 관심을 보인다는 후문이다.
이 의원은 “현재까지 공청회 참여 시민만 1500여명에 달한다”며 “제기된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확보한 예산도 5000억원”이라고 말했다.
재선의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구을)은 ‘1주일에 2회 이상 지역구 방문’이라는 원칙을 8년째 지키고 있다. 지역구를 9개 권역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방문한다. 수집한 지역 민원은 매주 수요일 보좌진 회의를 거쳐 국회에서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과 지역 기초의원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으로 분류한다.
최규성 의원(전북 김제시·완주군)의 지역구에는 행정구역 단위 ‘리’보다 더 작은 마을이 1300여개에 달한다.
최 의원은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마을을 찾았고, 직접 만난 주민이 3000명을 넘어선다. 최 의원 측은 “가로등 설치, 논 배수 문제부터 마을 복지시설 확충, 도로 확장 등 큰 민원까지 다양하게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노용택 김원철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