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5당 “한진重 청문회 즉각 추진”

입력 2011-08-03 18:11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목표로 야권이 본격적인 공조에 착수했다. 핵심 현안을 놓고 오랜만에 야권이 단일대오를 구축하면서 그간 지지부진하던 통합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민주노동당 이정희, 창조한국당 공성경, 진보신당 조승수,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3일 국회에서 야5당 대표 회담을 갖고 한진중공업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관련 국회 청문회를 즉각 개최하고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청문회장에 출석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조 회장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할 경우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조세피난, 불법 정리해고, 필리핀 수빅조선소 노동탄압 등 조 회장을 둘러싼 5대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한진중공업 사태를 포함해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 확대 등 노동 현안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야5당 정책협의회를 구성키로 결정했다. 정책협의회를 중심으로 공동 보조가 지속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한 야권 통합 또는 연대 추진에도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진보정당 대표들과 손을 맞잡은 손학규 대표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손 대표는 그간 ‘희망버스’에 동승하라는 진보정당 측 요구를 사실상 거부해 왔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그가 야권 통합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기점이 바로 이번 야5당 대표 회담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진중공업 문제가 전체 야권에서 손 대표의 리더십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손 대표는 회담에서 “우리 야5당은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반 동안 민생파괴, 민주파괴, 의회파괴 등 (정부·여당의) 역주행과 독선에 맞서 연대해 왔고 성과도 많았다”며 “우리가 힘을 합쳐 한진중공업 청문회를 반드시 성사시키고 조 회장을 출석시키자”고 역설했다.

손 대표는 진보정당 못지않게 대기업을 강력 비판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교섭단체 대표 라디오 연설에서 “중소기업 기술을 가로채고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 “골목 안 동네 상인들의 생명줄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재벌은 이제 법으로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 등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했다. 손 대표는 다른 야당 대표들과 함께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22일째 단식농성 중인 진보신당 심상정·노회찬 상임고문,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방문해 단식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