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목사 소천 이틀째

입력 2011-08-03 16:56


[미션라이프] ‘슬퍼하지 말고 다시 달려가자.’

담임목사를 잃어버린 허탈함도 잠시, 온누리교회가 안정을 되찾고 있다. 성도들은 예배를 통해 그의 삶을 기리면서 그가 남긴 사역을 완수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3일 오전 열린 고 하용조 목사 입관예배는 차분함 속에 드려졌다. 교인과 각계각층에서 방문한 3000여명의 참석자들은 하 목사를 ‘하늘 주님 품에 올려드렸다.’

설교는 하 목사와 신학교 동기이자 오랜 동료인 김지철 소망교회 목사가 맡았다. 김 목사는 하 목사와의 기억을 먼저 소개했다. 그는 첫 마디에서 “나는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시절, 하 목사에게 붙잡힌 바 됐다”며 운을 뗐다. 김 목사는 “내가 도망가면 그는 나를 쫓아왔다”며 “신학교 동기이지만 하 목사는 특이했고 삶 전체를 걸고 복음을 전하는 것을 자기 기쁨으로 알았다”고 회고했다.

김 목사는 또 “하 목사는 대학과 신학교 시절부터 몸이 아팠지만 하나님은 고비마다 그를 불사조처럼 살려주셨다”며 “하 목사는 이를 하나님의 은혜로 알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에너자이저였다. 자기 에너지는 많이 소모하면서도 다른 사람 에너지를 생기게 하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예배에서는 가수로 활동하다 목회자가 된 이종용 목사와 윤복희 권사 등이 나와 하 목사 생전 좋아하던 찬양을 들려줬다. 이 목사는 ‘좋으신 하나님’ ‘예수 사랑하심은’ ‘주님 뜻대로 살기로 했네’ 등을 기타를 치며 청중과 함께 불렀다. 윤 권사는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고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을 일으키어’를 불러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교회가 안정을 되찾은 데는 2일 저녁 열렸던 위로예배가 전환점이 됐다. 키잡이는 장례위원장 이동원 지구촌교회 원로목사였다. 이 목사는 교인들을 향해 “기도를 거두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사랑하는 유족을 위해 기도할 뿐 아니라 교회 공동체, 지도자를 잃은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를 멈추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 목사는 또 “3일장은 의미가 있다. 사흘은 부활의 3일이다. 이 짧은 3일이 지났을 때 한국교회 부활의 새벽을 바라보기를 바란다. 하 목사가 물려준 바통을 받아 다시 뛰어가자”고 호소했다.

성도들은 이 말에 큰 위안을 얻으며 “아멘”으로 화답했다. 예배를 마친 교인들도 “이제 하 목사를 쉬게 하자”, “보내드리자”, “그 열정과 비전을 잇자”고 잇달아 반응했다.

빈소 조문행렬은 3일에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조문객이 워낙 많아 헌화만 한 채 지나가는 교인도 부지기수였다. 신자들은 아쉬움 속에 빈소를 빠져나갔다. 이날 조문객은 1만 5000여명에 달했다.

교인들 중에는 빈소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름 단기선교를 떠난 1200여명의 청년대학생과 장년부 교인이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교회가 진행하고 있는 맞춤형 단기선교 프로그램인 ‘블레싱 아시아’ 참가자들로 27개국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교회는 이들이 현지에서 별도의 애도 시간을 갖고 계속 활동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빈소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가 전격, 조문했다. 이 대통령은 빈소 앞 방명록에 “목사님,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남들이 100년 할 일을 60평생에 이루었습니다. 우리 모두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는 조사를 남겼다. 이 대통령 내외는 이어 헌화했고 이형기 사모 등 유가족들과도 일일이 인사하며 위로했다. 조문에는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박인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비서관, 박정하 대변인 등이 수행했다.

오전부터 이어진 조문 행렬은 교계에서 방지일 영등포교회 원로목사, 주선애 장신대 명예교수, 노승숙 국가조찬기도회 회장, 손인웅(덕수교회) 김진홍(두레교회) 목사 등이 다녀갔다. 또 오세훈 서울시장, 박동순 전 이스라엘 대사, 김용호 법무법인 로고스 대표 등도 조문했다. 교회는 2일부터 위로예배와 입관예배 등을 CGN TV로 전 세계에 생중계 중이다.

두란노서원에 따르면 하 목사는 이달 말 경 묵상집을 펴낼 예정이었다. 제목은 ‘감사의 저녁.’ 제목처럼 하 목사를 기억하는 신자들은 인생의 저녁에 그를 부르신 하나님께 조용한 감사를 드리고 있다.

글.사진=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