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 작년에 겪고도… 무대책 서초구, 거짓말까지
입력 2011-08-02 23:14
서울 서초구가 산림청이 보낸 우면산 산사태 경고 문자메시지를 받고도 이를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는 또 이번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 사고 예방이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회의를 한 번도 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산림청과 서초구에 따르면 산림청의 문자메시지는 2006년 당시 구청 공원녹지과에 근무하던 4명에게 4차례 발송됐다. 이중 한 명은 퇴직했고, 다른 한 명은 휴직중이며, 나머지 2명은 다른 부서로 발령나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사태 위험성을 알린 첫 번째 문자메시지는 사고가 나기 15시간 전인 지난달 26일 오후 5시 24분. 이 때 구가 적절한 대응을 했다면 피해를 막거나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자메시지를 받은 구청 공무원들은 이를 묵살했고, 구는 문자메시지를 받지 않았다고 발뺌하면서 산림청과 진실 공방을 벌였다.
구는 지난달 31일까지 산림청이 보낸 산사태 경고 문자메시지를 아예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가, 지난 1일 “이미 퇴직한 공무원에게 문자메시지가 간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마저도 사실이 아니었다.
구는 직원중 2명이 산림청으로부터 산사태 경고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진익철 구청장은 지난달 29일 오전 퇴직자와 보직이 바뀐 직원들이 문자메시지를 받은 사실을 보고 받았다. 같은날 오후 구는 보도자료를 통해 “문자를 못 받았다”고 공식 밝혔다.
산사태 책임 논란이 커지면서 지난 5년 동안 문자메시지 수신 담당자의 연락처를 바꾸지 않은 사실이 문제될 것으로 보이자 구는 지난달 30일에야 허겁지겁 현재의 담당직원 5명의 연락처를 새로 등록하도록 지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는 31일에도 산림청의 문자메시지를 받지 못했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해 이미 우면산 산사태를 경험한 서초구는 산사태가 재발할 위험성이 있음에도 대책회의 한 번 열지 않았고, 결국 18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우면산 면적의 1%가 산림청이 지정한 산사태 위험 1등급이며, 나머지 여러 구역도 2∼3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기상청은 사고 전날 서울을 비롯한 경기 북부 지방에 강한 돌풍과 함께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구는 공식 사과 대신 여전히 산림청 탓을 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산림청과 기상청 특보는 강우량이 조금만 올라가도 관례적으로 오는 것이고 사정에 따라 확인 못할 때가 많다”며 “이번처럼 심각한 사안은 당직자한테 전화나 팩스로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산림청의 안일한 조치를 지적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