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에선… ‘윈도XP’로 남북뉴스 등 검색하고, 장군님 한마디에 느닷없는 ‘장미심기 운동’
입력 2011-08-03 10:51
‘북한 주민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바깥세상을 엿보고 있는가?’
최근 북한에서 심야시간 인터넷에 접속한 흔적들이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이들은 북한에서 금지한 ‘윈도XP’를 이용하는 데다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북한 주민생활 등 민감한 정보를 주로 검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 누리꾼들의 정체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북한 지역의 IP 6개가 검색사이트 구글을 통해 이 방송 홈페이지에 접속하기 시작했고, 접속 횟수가 점차 늘더니 지난 6월에는 24회나 방문했다.
RFA가 이 IP를 역추적해 알아낸 정보를 종합하면 이들은 늦은 밤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북한 주민 관련 내용이나 이산가족 상봉 소식, 남북·북미관계 뉴스 등을 검색했다. 북한 방문자들은 대부분 오후 9시 이후에 접속했으며, 북한이 자체 개발해 배포한 운영체제인 ‘붉은별’ 대신 윈도XP를 이용했다. 또 이 IP 주소 중 2개는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북한이 주로 사용하는 ‘net.kp’가 아니라 교육기관이 사용하는 ‘edu.kp’를 사용했다.
국내 탈북자단체 홈페이지에도 지난해부터 북한 IP가 접속한 흔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북한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대남기구나 당 총정치국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일성종합대학이나 김책공대 등에서도 학습을 목적으로 한 인터넷 사용을 허용했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어 대학생들이 몰래 인터넷 서핑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김일성대 등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려면 지급받은 카드의 번호를 입력해야 하고 이 번호에 검색기록이 남기 때문에 단순 호기심이나 개인적 목적으로 검색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RFA는 한글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기록이 남아 있는 점을 들어 북한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접속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 정보기관의 일상적인 정보수집 활동일 수도 있다. 이들 기관은 최근 탈북자단체들에 ‘국무총리실 초청장입니다’ ‘여의도 모임에 초대합니다’ 등의 제목으로 바이러스가 담긴 이메일을 보낼 정도로 국내 사정에 밝다.
한편 RFA는 평양에서 때아닌 장미심기 운동이 펼쳐지면서 주민들 간에 ‘장미 쟁탈전’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얼마 전 북한 관광을 마치고 돌아온 한 중국인은 RFA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 거리에 심어진 장미를 보고 ‘장미꽃이 보기 좋다. 평양에도 심게 하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