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25t 사들인 한은… ‘상투’ 잡았나

입력 2011-08-02 18:37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금 보유량을 늘렸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3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상황이 좋아졌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줄기차게 금 보유를 늘려야 한다는 외부 목소리에 귀를 막아온 한은이 금값이 사상 최고치로 상승한 뒤에야 사 모은 것은 뒷북대응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금 보유량이 6월 중 14.4t에서 7월 말 현재 39.4t으로 2배 이상 크게 늘렸다고 2일 밝혔다. 한은이 금 보유량을 늘린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이 금을 매입한 이유에 대해 홍택기 외자운용원장은 “금 보유량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크게 개선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5∼2007년에는 한은 적자, 2008∼2010년에는 금융위기 때문에 금 보유 확대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홍 원장은 설명했다. 하지만 올 들어 외환보유액이 3000억 달러를 넘었고 국내 외환시장도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이 정책 변화를 가져오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매입 시점과 논리의 일관성 면에서 한은의 금 매입에 대해 비판적이다. 지난달 사상 처음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지속할 때 금을 매입함으로써 상투를 잡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한발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7월 현재 미국은 총 8965t의 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독일(3747.9t) 이탈리아(2701t)가 뒤를 잇고 있다. 외환보유액 세계 1위 중국도 1161.6t이나 보유, 우리나라와의 격차가 현격하다. 이런 이유로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의원들은 한은의 금 확대를 촉구해 왔지만 한은은 “금값 변동폭이 커서 투자 위험이 따르고 현금화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며 소극적 자세를 보였다.

이런 한은이 뒤늦게 금 보유를 확대하자 LG경제연구원 이창선 금융연구실장은 “금값 변동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한은이 반대논리를 뒤집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