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증액 합의안 美 상·하원 통과… 디폴트 사태 일단락

입력 2011-08-03 01:43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는 결국 현실화되지 않았다. 진통 끝에 타결된 미국 연방정부 채무한도 상향 합의안이 무난하게 상·하원을 통과했다. 그러나 이번 합의를 두고 ‘절름발이 협상’ ‘비참한 굴복’이라는 비판이 커지면서 민주당 내 반발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데다 그동안 미국 정치권의 힘겨루기를 놓고도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우려했던 디폴트는 없었지만 향후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에 닥칠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은 2일 낮 12시(현지시간) 본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처리했다. 전날 하원에서도 당초 민주당 내 진보성향 의원들과 공화당 내 강경보수 ‘티파티’ 그룹의 반발이 컸지만 찬성 269표, 반대 161표로 합의안을 가결했다. 이로써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자정 전에 서명하면 전 세계가 우려했던 디폴트 사태는 일단락된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하원 표결에서 공화당보다 민주당의 이탈표가 많았던 점으로 미뤄 민주당이 세금 증액안이 빠진 협상안 타결을 사실상 패배로 받아들이고 있고, 당내 반발 여론이 거세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매뉴얼 클리버 민주당 하원의원도 “사탕발림을 한 악마의 샌드위치”라고 비난했다. 오피니언 리더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공화당원들은 위협에 직면한 오바마 대통령이 포기하는 모습에 더 대담해졌다”며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침체 기조에 빠진 미국 경제는 정부의 지출 감소로 향후 2년간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햄프셔대 단테 스칼라 교수도 “이번 전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패배했다”고 진단했다.

외부 시선도 곱지 않다. 중국 인민일보는 이날 사설을 통해 “미국 부채 문제는 미해결 상태“라며 “합의안은 미국경제 회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더 큰 위험요소와 문제점을 은폐하는 것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영 신화통신도 “장기적으로 디폴트 위험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