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대책, 수준을 높여라-(4) 대도시 물 관리 엉망] 콘크리트 뒤덮인 거리가 ‘수해 주범’

입력 2011-08-02 22:10


서울은 집중호우에 취약한 구조다. 콘크리트로 뒤덮여 있어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하고 저지대에 몰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는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서울 도심은 더 큰 침수 위험에 노출돼 있다. 단지 하수관을 확장하거나 신설하는 차원을 넘어선 종합적인 물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콘크리트 개발의 역습=광화문광장은 지난해와 똑같이 침수됐다. 광화문의 배수가능 강우량은 시간당 75㎜라고 하지만, 45㎜의 비에도 침수가 발생했다. 광화문은 인근 북악산이나 인왕산 쪽의 물이 한꺼번에 모이는 곳이다. 그럼에도 잦은 침수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배수설계 자체가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콘크리트로 뒤덮고, 보도블록에도 틈이 없어 물이 스며들지 않는데다, 물을 하수관거(여러 하수구에서 하수를 모아 하수 처리장으로 내려보내는 큰 하수도관)로 흘려보내는 배수구도 작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정확한 침수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광화문광장이 들어서기 전에는 그런 침수가 없었기 때문에 광장 설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콘크리트 중심의 외관에 치우쳐 침수 대비는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강남역 부근 침수는 집중호우가 내리면 언제든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남 일대는 비가 내리면 하수관에서 서초빗물펌프장과 반포천, 반포빗물펌프장을 거쳐 한강으로 빠지게 된다. 이런 배수시스템은 요즘 기후에는 감당할 수 없다. 한강변까지 바로 이어지는 배수터널을 만들어야 하지만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일자 언론인터뷰에서 “요즘 게릴라성·국지성 호우에 서울시 하수관거 시스템은 견딜 수 없다”며 “하수관거 수리와 유수지 시설을 설치하는 데 15조원 정도 들 것”이라고 말했다. 10년간 연 1조5000억원씩 투자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러나 서울시 예산이 20조원에 불과해 단기간에 하수관 시스템 개선은 불가능해 보인다.

◇서울 물관리 시스템과 인식 뜯어고쳐야=전문가들은 도심에서 침수가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 종합적인 조사를 한 뒤 변화된 기후환경에 맞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처장은 “서울 배수시스템이 시간당 75㎜ 기준으로 설계됐지만 강수량이 그걸 넘은 곳은 관악구와 서초구 정도밖에 없었다”며 “나머지 지역에서는 넘치지 말았어야 하는데 넘쳤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지역은 펌프장이 부족할 수도 있고, 하수관거 자체가 작을 수도 있는데 서울시는 강남도 하수관만 늘리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수관거가 청소가 안 돼서 이물질로 채워져 있는지, 설계가 잘못돼 굴곡이 있는지, 하수관으로 들어가는 구멍이 작은지 등 종합적인 조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대부분 지역이 콘크리트로 덮여 있어 물을 흡수하거나 담아둘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한 것도 침수의 큰 원인이다.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이상석 교수는 “강남은 새롭게 계획된 곳인데도 용량을 초과하는 비가 오니까 한계점을 넘어버렸다”며 “비가 와서 하천으로 빠져나가는 전체적인 시스템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가 오면 빗물을 곧바로 흘려버리는 게 아니라 건물이 여러 개 모인 블록별로 빗물을 한동안 담아둘 수 있는 시스템도 검토할 때가 됐다고 김 교수는 말했다. 선진국 대도시의 경우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전혀 침수되지 않는 것도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노석철 임세정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