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8000만원 벌레들도 싫고… 배만 채우는 회사도 싫다” SC제일銀 텔러 ‘파업 비난’ 글
입력 2011-08-02 10:19
“컴퓨터로 게임하고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보다가 퇴근하는 은행의 연봉 8000만원짜리 벌레들도, 자기들 배 채우기 바쁜 은행도 정말 역겹네요.”
SC제일은행의 창구(텔러) 직원이라고 밝힌 한 직원이 전국금융산업노조 게시판에 SC제일은행의 파업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2일 알려졌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노노 갈등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직원은 지난달 25일 올린 ‘SC제일은행 너무하네요’란 글에서 “정규직 직원들이 속초 리조트에서 대형 마트를 싹쓸이하며 머무는 3주간 지점 창구를 지킨 건 비정규직 텔러들”이라며 “정작 파업을 할 사람들은 우리들(비정규직)인데 우리가 왜 은행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지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점에서 말만 많은 ‘뺀질이’들이 과반을 넘으면 (타 은행에) 먹히는 은행이 된다고 하는데 SC제일은행도 이에 가깝다”면서 “이들의 근무 태도를 보면 성과급제를 도입하려는 SC의 입장이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고 정규직 행태를 비판했다.
현재 SC제일은행에 근무하는 기간제 및 일반직 텔러는 400여명이다. 작성자도 이들 중 한 명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해당 글에 회사 내부 사정이 속속들이 드러나 있다는 점에서 진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조의 책임도 일부 있겠지만 그동안 비정규직 현실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든 것은 사측”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오전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과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이 가진 4차 노사교섭은 성과 없이 끝났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 위원장은 교섭에 불참했으며 금융노조는 교섭결렬을 선언했다. 힐 행장은 “노조가 제안을 거부해 난관에 봉착했다”고 말했지만 금융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후선발령제, 상시명예퇴직제를 고집하는 등 태도 변화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