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기름값… 서울 사상 최고 2028원
입력 2011-08-02 18:20
서울 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7월 최고가 기록을 37개월 만에 경신했다.
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서울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2028.44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가인 ℓ당 2027.79원(2008년 7월 13일)보다 0.65원 비싸다.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중에서 휘발유값이 2000원을 넘어선 지역은 18곳에 달했다. 강남(2124원), 강동(2053원), 강서(2030원), 관악(2001원), 구로(2001원), 노원(2035원), 동작(2005원), 마포(2076원), 서대문(2009원), 서초(2026원), 성동(2003원), 성북(2042원), 송파(2038원), 양천(2034원), 영등포(2048원), 용산(2117원), 종로(2145원), 중구(2123원) 등이다.
전국 휘발유 가격도 오름세다. 2일 오후 5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ℓ당 1952.15원으로 전날보다 0.67원 올랐다. 지난달 8일부터 이날까지 26일 연속 상승했다.
정유사들은 정부의 기름값 인하 압박에도 불구하고 공급가를 인상하고 있다. 정유사가 대리점과 주유소 등에 판매한 휘발유 가격은 7월 첫째 주 1761.75원에서 둘째 주 1811.06원, 셋째 주 1833.23원으로 집계됐다.
기름값이 연일 치솟자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7일 ℓ당 100원 인하 종료 이후 정유사를 압박할 별다른 조치가 없는 데다 기름값을 많이 올린 주유소 500곳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보겠다는 으름장도 크게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엔 정부가 직접 기름을 들여와 주유소에 공급하는 대안주유소를 추진한다고 밝혔다가 지나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내리지 않는 이상 기름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008년 4월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움직이던 두바이유 가격이 7월 140달러를 넘어서자 서울의 휘발유 가격도 ℓ당 1700원에서 2000원대로 급등했다. 이후 두바이유가 차츰 안정세를 보이면서 9월 10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연말엔 37달러까지 내렸다. 서울 지역의 휘발유 가격도 다시 1800원대로 떨어졌다.
두바이유는 지난 2월 21일 이후 계속해서 100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 원유 가격이 국내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보통 3주”라며 “최근 국제 석유 시장 분위기를 볼 때 하락세로 돌아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