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의지 있나… 대부분 금감원 자체 쇄신안 재탕

입력 2011-08-02 22:23


국무총리실 산하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가 2일 내놓은 결과는 한 마디로 ‘원점 회귀’라고 정리할 수 있다. 금융회사 검사권·제재권 분리와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등 안건은 변죽만 울린 채 흐지부지됐고 금융감독원 직원의 청렴도 제고 등 방안은 TF 출범 전에 발표됐던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총리실은 “일부 과제는 추가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TF 활동은 끝난 셈이어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 처음부터 무리수=TF 출범 첫날인 지난 5월 9일 정부 측 공동팀장인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금융감독 기능의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민간측 공동팀장인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도 “감독업무, 감독체계를 현상적 요인과 근본적인 요인에서 평가, 분석해 금융감독의 대안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 등에 금융기관 단독 검사권을 주는 문제는 처음부터 TF 논의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민간위원은 “총리실에서 검사권 독립 문제는 향후 연구용역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가져갈 문제이니 논의 범주에서 빼자고 했다”고 전했다.

TF 출범 당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금융회사 검사권은 아무 기관에나 줄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발언하는 등 금융 당국의 견제가 계속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논의 범주가 대폭 축소되면서 민간위원 일부가 사퇴하거나 불만을 제기하는 일도 빚어졌다. TF 위원에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소속 공무원이 4명이나 포함된 이상 전반적인 체계 개편은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회사 제재심의기관 및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해 금융위 산하로 옮기는 방안도 한동안 논의됐으나 결국 금감원 내 조직으로 남겨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두 기능을 어디서 어디로 옮기느냐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 설정된 의제”라면서 “제재 심의는 법원 판결문에 준하도록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 보호는 상시 감독기구에서 완전 분리시키는 방향으로 논의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문제는 실종, 발표된 내용만 재탕=이번 발표 내용 중 상당수는 지난 5월 4일 금감원이 내놨던 쇄신 방안과 겹친다.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금융회사 감사 추천관행 철폐, 전 직원 대상 청렴도 평가 실시, 감찰 조직과 인력 확충, IT 등 전문 분야에 민간 전문가 충원 등이 이에 해당된다. 퇴직자 중 취업제한 대상을 2급에서 4급 이상으로, 업무 관련성 판단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6월에 발표된 내용이다.

재산등록 대상 2급에서 4급으로 확대, 검사 업무를 권역별(은행·보험·금융투자 등)에서 기능별(검사·감독 등) 조직으로 전환, 예보에 대한 저축은행 조사 및 시정조치 요청권 강화 등이 그나마 새롭다. 일부 민간위원들은 “8차례 회의 주제 대부분이 저축은행 사태 해결과 관련 감독기능 개선에 맞춰졌었다”면서 이 부분이 ‘통편집’되면서 발표 내용이 부실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번 발표 내용은 관련법과 시행령을 바꾸는 과정에서 어차피 다시 조율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 내용이 최종 결론이라면 TF는 사실상 아무것도 안 했다고 밝힌 셈”이라고 비판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논의만 이뤄졌다”고 비판했으며, 김진욱 참여연대 사회경제팀 간사는 “혁신이라는 이름값을 못한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