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소외된 TF팀 민간위원 발표 날짜·내용도 몰랐다

입력 2011-08-02 18:13

“네? 내일 뭐가 발표된다고요?”

국무총리실의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 논의 결과 발표를 앞둔 1일 저녁 TF에 참여한 한 민간위원에게 전화를 걸자 그는 혁신 방안의 내용은커녕 발표 사실조차 몰랐다. 발표 당일에도 일부 민간위원들은 “정확한 발표 날짜와 내용을 TF로부터 전해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자들에게는 다음날까지의 ‘엠바고’(보도유예)를 전제로 보도자료를 미리 친절하게 배포한 총리실이 정작 함께 일해 온 민간위원들은 철저히 소외시킨 것이다. 이번 TF는 구성 직후부터 실무진을 포함해 전체의 3분의 1이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책임이 있는 ‘모피아’, 즉 과거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들로 이뤄져 있어 민간위원들이 들러리를 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6월 말 민간위원인 김홍범 경상대 교수가 TF 위원 전원에게 “민간위원들이 정부가 짜놓은 각본의 들러리가 되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며 사퇴를 표명하면서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 교수는 지난달 초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 6월 26일 8차 회의에서 정부위원들이 느닷없이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안과 제재심의위원회를 금감원에서 금융위로 이관하는 방안을 보고서에 2안으로 담자”고 주장한 것이 사퇴를 결심케 했다고 말했다. 또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정부 공동팀장)이 TF 논의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하는 데 있어 민간위원들에게 정확한 일시조차 알려주지 않은 점도 사퇴 이유가 됐다.

총리실은 이번 발표에 대해서도 민간위원들을 배려하지 않았다. 스스로 사퇴를 표명한 지 한 달이 넘었음에도 이날 발표안에는 김 교수가 버젓이 민간위원으로 기재돼 있다. 이 사실을 전화로 전해들은 김 교수는 “총리실에 강력히 항의할 일”이라며 불쾌감을 표하기도 했다.

다른 복수의 민간위원들도 “기자들의 전화를 받고 발표 사실을 알았다”면서 기자에게 발표 내용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오히려 되물었다. 한 민간위원은 “김준경 박사(민간 공동팀장·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에게 전화해보겠다”며 급히 전화를 끊은 뒤 다음 통화에서 “이번 발표는 국정조사특위에 보고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문서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