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산저축銀 증자 도왔다… 1000억 투자유치 가능하게 정관 개정 자문
입력 2011-08-02 22:33
자본잠식 상태에 있던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금융감독원의 자문을 받아 정관을 개정, KTB자산운용을 통해 10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당시 예금보험공사와 함께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공동검사를 벌이던 금감원이 이 은행의 유상증자를 사실상 도와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저축은행국정조사특위 위원인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이 2일 입수한 부산저축은행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27일 부산저축은행과 KTB자산운용은 법무대리인을 맡은 H법무법인으로부터 ‘금감원 A수석조사역 및 B조사역과 통화한 후 정관개정안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문건과 정관 개정안을 전달받았다. 해당 문건에는 “금감원은 의결권부 우선주식은 사실상 보통주랑 동일한데 배당 우선권, 배당률 보장 등 혜택을 줄 경우 이해관계자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했다”면서 “하지만 의결권부 우선주식을 발행하는 목적이 있고, 정관에 발행 한도를 정해 놓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방향으로 정리됐다”고 적시돼 있다.
부산저축은행은 이 같은 금감원 자문을 받고 ‘우선주식은 의결권이 없는 것으로 하며’라는 정관을 ‘이사회 결의로 의결권이 있는 우선주식 또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식을 발행할 수 있으며’로 고친 뒤 같은 해 5월 3일 임시주총을 통해 이 개정안을 추인받았다. 이어 6월 말 이뤄진 증자에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포항공대)이 각각 장학기금 500억원을 KTB자산운용의 사모펀드에 넣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두 기관은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로 돈을 모두 날렸다.
이 의원은 “부산저축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가 늘면서 증자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당시(3∼6월) 검사를 벌이던 금감원이 제지하기는커녕 증자하도록 자문까지 해준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 실무선이 아닌 고위층이 정관 개정 등에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아울러 이 의원이 확보한 문건에는 KTB자산운용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8% 이하로 떨어져 자본확충 권고까지 받은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를 위해 긴밀히 협조한 정황도 담겨 있다. KTB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 30일 부산저축은행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했고 4월 9일, 12일 부산저축은행과 전환우선주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를 위한 정관 변경 협의를 벌였다. 금감원은 지난 6월 KTB자산운용에 대해 3주간 검사를 벌였지만 이 투자회사가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을 고의적으로 숨긴 뒤 투자금을 모았다는 의혹에 대해 “혐의점 없음”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