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우롱하려는 금융감독 혁신 대책인가

입력 2011-08-02 17:53

저축은행 사태를 계기로 출범한 국무총리실 금융감독혁신태스크포스(TF)의 금융감독 개혁 방안이 어제 모습을 드러냈다. 우려했던 대로 큰 과제는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울린 대책이 나왔다.

TF가 국회에 보고한 방안을 보면 금융감독원 견제 장치와 금감원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 방지책, 감독 방식과 업무 매뉴얼 개선이 골자다. 이 가운데 금감원 인적 쇄신 조치들은 대부분 이미 발표된 자체 개선안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재탕 수준이다. 감독 업무 개선 부분은 굳이 총리실에 TF까지 만들어 논의할 사안은 아니었다.

금감원에 집중된 금융감독 권한 분산 문제는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를 의무화하고 금융위원회에 민간인으로 구성된 금융감독평가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일부 진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현 금융감독시스템을 큰 틀에서 되짚어보고 제대로 개혁하자는 국민적 요구에 비춰 보면 미흡하다는 평가를 면키 어렵다. 관치 시비를 빚던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 이관은 외부 민간위원 수를 확대하는 선에서 봉합됐다. 한국은행의 검사권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하나의 대형 이슈였던 금융소비자보호원도 독립기관으로 만들지 않고 금감원의 기존 조직을 통합해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예고 없이 금감원을 찾아 “여러분의 손으로만 하기에는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든다”는 강한 질책과 함께 새로운 TF 구성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런 지시가 무색하게 금감원으로서는 특별히 잃을 게 없는 쪽으로 혁신의 방향이 잡힌 셈이다. 애초부터 문제가 드러난 업무 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진 탓이다. 이 과정에서 보다 근원적인 해법을 주장하는 민간위원들이 사퇴하는 파동도 빚어졌다.

TF는 제재심의위나 금융소비자보호원 문제 등은 장기 과제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대통령이 임기 내에 금융감독 개혁을 제대로 하겠다면, 총리실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청와대가 나서 TF 구성부터 의제 설정까지 꼼꼼히 챙기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