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송주명] 日 자민당 국가전략, 시대착오적이다

입력 2011-08-02 17:51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폭발 이후 일본 민주당의 지도력이 현저히 약화되면서, 다시 자민당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대지진 직후인 지난 4월의 통일지방선거에서 자민당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최근에도 민주당정권이 탈원전(脫原電)을 둘러싸고 내부 분열에 휩싸여 있는 동안, 자민당은 경단련 등의 지지를 받으면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일사불란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맥락에서 나온 것이 지난달 19일 자민당의 국가전략본부가 발표한 ‘일본재흥(日本再興)’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1993년 정권을 잃은 자민당이 그랬던 것처럼, 지난한 와신상담의 결과이고 정당의 새로운 정체성을 보이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재집권을 위한 자민당의 국가전략 방향을 읽어낼 수 있다.

자민당은 동일본 대지진, 원전폭발의 대안과 관련해 토건주의와 제조업주의라는 전통적 체질을 부활시킴과 동시에 안보 및 교육 분야에서 민족주의적이고 팽창적인 대외정책과 국가주의적 이념체계 강화를 시도 하고 있다.

국가주의 이념 강화 시도

우선 경제재생과 관련해서 전통적 방식의 부흥구상이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첫째, ‘강하고 유연한 국가’를 향한 ‘재생전략’을 전면에 내걸고 성장정책을 본격적으로 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둘째, 민주당이 내걸고 있는 ‘콘크리트에서 인간으로’라는 부흥전략을 비판하고, 향후 10년간 해안지역의 지진에 대비한 집중적 공공사업을 전개하겠다는 구상이다. 셋째, 원전문제에 대해 ‘사고원인을 검증하고 안전성과 비용·환경 면에서 재검토한다’고 하면서도, 기존 원전의 재가동 유지 방침을 천명함으로써 제조업지상주의의 관점을 고수하고 있다. 넷째, 사회복지 분야와 관련, 소비세율 10% 인상과 사회보장의 확충 방침을 변화시키고 있지는 않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자민당의 대외정책 및 국가정체성 전략은 여전히 내셔널리즘이다. 그러나 그 어느 자민당 정권보다도 더욱 나아간 공격적 대외정책과 국가주의적 교육정책이 전면에 부상할 전망이다.

첫째, 정세인식과 관련해 미국의 위상 퇴조와 중국 등 BRICS의 상승을 확인함으로써, 미국의 정치적 위상에 대한 ‘상대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집단적 자위권 인정, 헌법개정, 비핵원칙의 완화 등 독자적 방위력의 전폭적 강화라는 정책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미·일동맹의 강화를 필두로 호주 인도 등과의 동맹관계를 구축해 성장의 새로운 축인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견제하려는 전략구상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영토문제, 해양갈등문제, 거대한 군사비 문제 등을 지적하고 중국의 대외영향력 팽창을 강하게 견제하고 있다. 셋째, 교육정책면에서도 자민당은 기존의 교육을 지나친 평등주의·자유교육으로 폄하하고, 학교현장에서 국기 게양 및 국가 제창의 의무화 등 대대적으로 국가주의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미래 지향적 가치 반영 못해

이렇듯 자민당의 국가전략은 전통적인 제조업주의 성장전략과 민족주의적 안보전략을 결합시키고 있다. 이 전략은 좌절의 늪에 빠진 일본 국민으로부터 일시적으로 지지를 받을지 모르지만, 본질적으로 시대착오적이다.

원전포기, 인간생명존중, 새로운 복지사회 등으로 표현되는 국민들의 본질적 여망과 미래지향적 가치지향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자민당은 혼란에 빠진 일본 국민들에게 강화된 영토주장과 역사왜곡을 통해 편협한 민족주의를 다시 선동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민족주의는 동아시아의 정치·경제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며, 여러 난관에 봉착한 일본 자신에게도 정치적·경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어리석은 선택이 될 것이다.

송주명 한신대 일본지역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