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보험의 그늘

입력 2011-08-02 17:41

“보험이라도 들어놓은 게지.”

인명이나 재산 피해 등 위험요소가 따르는 일을 하려 할 경우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만큼 보험은 유용한 위험관리(risk management) 수단으로서 우리 생활에 확고히 자리 잡았다. 실제로 보험 몇 개쯤 안 든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보험이라면 대형 보험회사를 떠올리는 현대인들에게 산업자본주의 사회의 산물로 비칠지 모르나 그렇지 않다. 유사시에 대비한 위험 타개책으로서 보험의 효용성을 옛날 사람들이라고 몰랐을 리 없다. 넓은 의미에서 보험의 역사는 인간사회의 역사와 같다고 하거니와 기원전 1750년경에 만들어진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에 벌써 그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있는 법. 보험을 둘러싼 그늘도 있다. 보험금을 노린 사기부터 살인까지 각종 범죄와 보험회사의 횡포다.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사고가 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보험금을 타내는 보험사기 사건은 최근 몇 년 새 부쩍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람은 5만4994명, 이들이 타낸 보험금은 3467억원이었다. 2007년에 비해 각각 77.8%, 69.5%나 늘었다. 또 그중 생명보험 관련 범죄로 적발된 인원은 3357명, 금액은 591억여원으로 전년에 비해 각각 27.2%, 24.3% 증가했다.

그런가하면 반대로 웬만해서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보험료를 무조건 올리려 하는 보험회사의 횡포도 심하기 이를 데 없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의 책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에서 보험금 지급을 요리조리 회피하는 보험회사의 횡포가 어찌나 심한지 ‘악마’에까지 비유한다. 보험 가입은 곧 ‘악마와의 계약’이라는 것. 게다가 적자를 모조리 고객에게 덮어씌우면서 보험료를 올리는 보험회사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마침 우리 사회에서 이 보험의 그늘을 부각시키는 두 가지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추락을 둘러싸고 보험금을 노린 고의사고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것과 적자가 심하다며 지난해 일제히 자동차 보험료를 올린 손해보험사들이 올 들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다는 금융감독원 공시다.

아시아나항공 사고 전말이야 조사 결과 밝혀지겠지만 손보사들은 순익 기록을 경신하고 있음에도 보험료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보험금을 노린 범죄도 문제지만 보험회사들의 횡포가 더 큰 문제 아닌가 싶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