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이창우 (25·끝) “늘 부족함 느껴… 의료선교 현재진행형”
입력 2011-08-02 17:39
미얀마 양곤에 굿 쉐퍼드 메디컬센터(Good Shepherd Medical Center)를 세우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매달 현지를 방문했다. 현지 감리교단 관계자들을 만나 긴 시간 회의를 가졌다. 협의 끝에 드디어 지난해 12월 6층 높이의 감리교 백주년기념관을 5년간 임대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건물 리모델링을 위한 회의를 갖고 최근 수억원이 투입되는 공사에 착수했다. 조만간 연면적 2300여㎡의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면 이곳은 35개 병상 규모의 현대식 선교병원으로 거듭날 것이다.
물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문화적 차이로 일이 벽에 부닥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병원 스태프들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실수는 하지만 실패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그의 나라와 의를 구하고, 우리의 중심이 주님께 있다면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해결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 선한목자병원의 목표는 수많은 의료선교사들이 선교 현지에서 활동하다 한국에 돌아와 재충전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선한목자병원의 선교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8년간 수많은 선교 현장을 방문하고 네팔과 필리핀, 파키스탄 등에 5개의 무료 진료소를 운영하면서 미얀마 양곤에 대형 병원 개원을 앞두고 있지만 나와 아내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난 8년은 시작에 불과했다. 하나님은 선교지에 병원과 수많은 무료진료소뿐만 아니라 의과대, 간호대, 약학대의 꿈까지 보여주신다.
결국 선교의 핵심은 동역자, 즉 헌신된 사람이다. 보통 선교에 3M이 필요하다고 한다. 돈(Money)과 방법(Method), 사람(Man)이 그것이다. 하나님은 가난한 분이 아니기 때문에 돈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방법은 그동안의 선교활동을 통해 쌓아왔다. 하지만 사람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헌신되고 준비된 사람, 우리와 뜻을 함께할 사람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지나온 날들을 생각해보니 우리 부부가 이만큼이라도 하나님 앞에서 설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 앞에 헌신된 부모님을 만났기 때문이다. 강남의 대형 교회를 맡고 계시지만 여전히 새벽제단을 쌓으시고 복음의 보따리를 들고 중국 러시아 등지로 떠나시는 장인 장모님, 저소득층 환자의 진료비를 남몰래 대신 내주고 천국으로 가시기 전까지 의료 선교를 다니셨던 아버지와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예배에 참석하시는 어머니…. 부모님은 우리에게 수백억원의 재산보다 더 값진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신 ‘영웅’이다.
나와 아내는 선친께서 건네주신 믿음의 유산을 두 아들뿐만 아니라 광림교회 청년들에게 전수하고자 6년째 청년위원장과 청년회 부장으로 섬기고 있다. 우리 부부는 새벽예배와 주말 청년부 소그룹 모임, 주일 대예배, 저녁예배 등으로 쉬는 시간 없이 바쁜 생활을 계속하고 있지만 청년 선교를 통해 꿈을 본다. 새벽이슬 같은 청년들이 말씀으로 하나님 앞에 부름을 받는다면 분명 이 나라를 살릴 보석 같은 인생이 될 것이다.
한국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국가에선 말라리아, 콜레라의 위협 속에 고름투성이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우리가 조금 더 낫다고 내려다보기보단 똑같은 눈높이에서 수십년간 복음으로 사회·문화를 바꿔온 현지 선교사님과 발을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우리 부부의 심장을 쿵쾅쿵쾅 울리는 음성이 있다. “와서 우리를 도우라!”(행 16:9)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