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파도치는 영성
입력 2011-08-02 17:48
무사안일의 약점
남편이 교회 가지 말라고 아내를 심하게 핍박하는 가정이 있었다. 남편에게 맞아 눈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도 아내는 교회에 와서 ‘내가 여기서 지면 큰일 난다. 나와 내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이 영적인 싸움에서 꼭 이겨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밤낮으로 기도했다. 그렇게 기도한 결과 영적 싸움에서 이겨서 핍박하던 남편까지 예수를 믿고 교회에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아내의 신앙생활 열정이 푹 가라앉기 시작했다. 가정을 구원했다는 승리의 성취감이 더 깊은 패배로 그녀를 무너뜨리고 만 것이다. 자발적인 사모함, 영적인 사모함이 모두 무너지고 그때부터 교회에 와도 예배시간에 그냥 졸기만 한다. 점점 무사안일과 싫증에 사로잡혀 예배에 빠지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도하지 않는 것도 보통이다. 예전에는 어떻게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나 모르겠다는 신앙의 이력과 경력만 남을 뿐이다. 신앙생활을 방해하는 외부의 적이 사라지자 자기 내부의 악한 것이 역사한 것이다.
우리는 밖에서 오는 싸움은 물론이고 안에서 오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길 여유가 있어야 한다. 마귀 역사는 그 사람을 넘어뜨리려고 핍박으로 시작해 그것이 실패하면 바로 무사안일의 태세로 몰고 가서 신앙생활을 나태하게 만든다. 그렇게 붙들리면 이기기가 훨씬 더 힘들다. 아무리 밖에서 오는 핍박과 어려움과 시험을 다 이긴다 해도 속에서 썩으면 지는 것이다.
우리는 안팎에서 다 이겨야 한다. 마귀 역사는 밖에서 오는 큰 싸움에서 이긴 자라 할지라도 평안할 때에 자기 안에서 나오는 무사안일과 싫증으로 스스로를 몰락시켜 그 사람을 점점 믿음에서 떨어지게 만든다.
사람이 무슨 일을 하든 어느 정도 긴장감은 필요하다. 영적 전쟁은 더 절실하다. 영적 전쟁에서 이 긴장감을 잃으면 적에게 당하고 말기 때문이다. 마귀 역사가 눈에 보이게 극에 달할 때는 신앙생활의 긴장감도 비례해 커지지만 문제가 해결되었다 싶으면 그때부터 안도감이 생기고 긴장을 늦추게 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 무장해제를 당하는 것이다.
마귀는 시험과 고통과 환난과 가난과 수많은 어려움을 준다. 어떤 사람은 자식을 봐도, 남편을 봐도 속 썩이는 일뿐이고, 가정형편을 봐도 빚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등 어려움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다. 마귀 역사가 전후좌우로 사정없이 그 사람을 짓밟는 것이다. 신앙생활을 못할 정도로 끝까지 환경으로 억누르고 찌들게 할지라도 기어이 딛고 일어나 가족들을 예수 믿게 하고 모든 어려움을 축복으로 바꿔 가는 사람이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신앙생활을 잘 하다가도 “믿는 것도 별것 아니네” 하면서 스스로 좌절해 안타깝게 믿음을 내던지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나태하고 게으른 신앙생활의 타성을 깨뜨려 버리고 거기서 나와 새 생명으로 약동해야 한다. 어떻든 나태하게 만들고, 신앙생활의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마귀의 정체를 발견해야 한다. 신앙생활은 나를 믿음에서 끌어내 지옥으로 끌고 가려는 마귀 역사와의 싸움이다. 나를 죽이려고 하는 자에게 나를 순순히 내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 싸움은 피하든지 싸우든지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런데 우리 힘으로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이기는 비결은 오직 하나님 말씀이요, 예수의 이름뿐이다.
윤석전 목사(서울 연세중앙교회)